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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노석철] 중국이 친구가 없는 이유



중국 관영 CCTV 기자의 영국 토론회 소란, 스웨덴 호텔에서 쫓겨난 중국인 논란,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서 중국 외교관의 안하무인 행동…. 최근 해외에서 잇따르는 중국인들의 돌출 행동을 보면서 “중국이 더 강해지면 큰일 나겠구나”라는 걱정이 앞섰다. 중국인들 마음속에 “중국이란 큰 뒷배가 있으니 우리는 해외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의 오만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선 CCTV의 쿵린린 기자는 영국 보수당이 주최한 홍콩 관련 토론회에서 마찰을 빚다 체포까지 됐다. 쿵 기자는 주최 측 인사가 “일국양제를 보장하는 게 중국과 영국에 이롭다”고 말하자 갑자기 일어나 “허튼소리” “배신자(매국노)”라고 소리를 질렀다. 주최 측이 나가 달라고 하는데도 한참을 버티며 고함을 질렀다. 행사 관계자는 쿵 기자에게 뺨을 두 차례 맞았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취재·보도할 권리를 넘어 주최 측을 비난하고 회의를 방해한 셈이다. 중국 측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상식으론 명백한 기자의 월권이다.

영국 BBC 중문판은 “중국 네티즌들은 쿵린린이 ‘중국 분열’ 기도에 맞서 용감하게 중국 공민의 의무를 다했다고 칭찬한다”고 전했다. BBC는 쿵 기자의 행동이 중국 ‘관영 매체 기자’라는 신분 탓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6년 관영 매체들을 방문할 때 언급한 ‘앙시성당(央視姓黨)’을 거론했다. ‘CCTV(央視)의 성은 당’이라는 뜻으로 CCTV는 당에 충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현재 CCTV는 시 주석 인맥인 선하이슝 사장이 이끌고 있다. 중국의 모든 미디어는 중앙선전부가 관리한다. 따라서 홍콩 일각에선 쿵 기자가 특별 명령을 받고 영국에서 소란을 피운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런 장면에선 늘 힘으로 주변국을 억누르려는 중국의 기질이 느껴져 씁쓸하다. 물론 중국은 홍콩 독립 주장을 내정 간섭으로 보고 강력히 대처해 왔다. 하지만 영국에서 진행되는 홍콩 토론까지 막는다면 이 역시 내정 간섭이 아닐까.

지난달 초 나우루의 태평양도서국포럼에서 중국 외교관이 보여준 안하무인 태도도 비슷하다. 이 외교관은 바론 와카 나우루 대통령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와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그는 고집을 부렸고 매우 무례했다”며 “큰 나라 출신이란 이유로 우리를 협박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중국인 사건이 벌어지면 다짜고짜 상대국에 사과부터 요구하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 전 스웨덴의 한 호텔에서 벌어진 소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체크인 시간보다 12시간가량 이른 새벽에 도착해 로비에서 자겠다는 중국인들을 내보냈는데 ‘푸대접’이라고 하긴 어렵다. 한 사람은 스스로 길바닥에 쓰러지며 ‘경찰이 사람을 죽인다’고 고함쳤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즉시 스웨덴 측에 사과를 요구해 외교 문제로 만들었다. 이후 중국에선 스웨덴 제품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이는 스웨덴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자 중국이 본보기로 대응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초강대국 미국에는 극도로 저자세인 중국이 만만한 나라들은 힘으로 제압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또 덧씌워졌다. 우리도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문제로 처절한 보복을 당해봤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며 영유권 굳히기를 하고 있고, 인도와도 국경 분쟁으로 앙숙 관계다.

주변에 중국과 친한 나라가 별로 없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은 유럽에 공조를 요청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유럽은 미국의 보호무역보다 중국의 패권 확장이 더 두렵다며 손을 뿌리쳤다. 당시 중국 내에선 ‘우리가 해외에 투자도 많이 하는데 왜 같은 편이 없느냐’는 푸념이 나왔다. 답은 이랬다. ‘중국이 왜 친구가 없는지는 중국인만 모른다.’

베이징=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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