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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파문’에 등 돌린 여·야… 물 건너간 협치

자유한국당 심재철(왼쪽)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재철(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던진 ‘비인가 예산자료 공개’ 파문에 정국은 급속한 냉전 상태에 들어갔다. 여야가 서로 “싸워보자”며 적의를 드러내는 탓에 국정감사 등 국회 의사일정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불똥은 당장 심 의원이 소속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튀었다. 기재위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요구에 따라 1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계획서 채택 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불참으로 끝내 불발됐다. 오는 10일부터 국감이 시작되지만 아직 감사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은 심 의원과 기획재정부가 맞고소·고발한 상황에서 심 의원이 기재위원을 사퇴하지 않는 한 국감 일정 합의도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 기재위원들은 회의 무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감의 의무를 여당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난데없이 야당 의원의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국감을 거부하려는 꼼수이며, 여당의 오만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을 출석시켜 기재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 것을 촉구했다.

심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국감 증인으로도 신청됐다. 심 의원과 같은 경기도 안양을 지역구로 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심 의원과 보좌진 3명을 국감 증인으로 정식 신청했다. 현역 의원을 국감 증인석에 세우겠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의원은 “법리적으로나 정황증거상 심 의원이 최소한 6가지 법률을 어겼다고 판단된다”며 “적어도 실정법 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과 야당 간 설전도 감정 섞인 비방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심 의원이) 대통령 경호처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업체 자료도 빼돌렸는데 이는 반국가 행위”라고 공격했다. “위법 사실이 겁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하는 과잉행동 아닌가. 그런 행위로는 의원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한다”(이해찬 대표), “이순신을 모함하려고 자료를 절취했지만 소득 없이 범행만 들킨 원균 같은 처지”(이종걸 의원) 등 심 의원을 ‘동료 이하’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내일(2일) 심 의원의 대정부 질문 내용까지 다 보고 (법적 대응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압박에 가세했다.

이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권이) 단순한 홍위병을 넘어 세상이 뒤집어졌다고 몽둥이, 횃불 들고 몰려다니는 완장 찬 머슴 같은 행태를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심 의원의 문제 제기에 계속 반박하는 부분은 귀에 거슬리는 게 많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청와대·여당의 대응 방식을 지적하며 한국당에 힘을 실어줬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의 본질은 정보 유출이 아니라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이용 문제”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고쳐야 하고, 여당도 국회의원의 권한을 존중·보호하는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심 의원이 공개한 내용 중에는 국가기밀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민주당이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재부는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비서실을 포함한 52개 중앙행정기관의 업무추진비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 관련 식자재업체 정보, 재외공관 보안시설 경비업체 내역, 정부 채용 관련 심사위원 정보 등 심 의원 측에 유출된 비공개 자료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이 자료가 잘못 활용되거나 제3자에게 누출된다면 국가 안위가 우려된다”며 신속한 반환을 거듭 요청했다.

지호일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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