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느려진 ‘3색 직구’… 타자들 ‘헛심’

사진=AP뉴시스
 
LA 다저스 선수들이 30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직후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올 시즌 던진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90.2마일(145.2㎞)이다. MLB 평균인 93.2마일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2014년의 90.9마일보다도 하락했다. 류현진 스스로가 포심을 ‘투수의 기본’이라 부르지만 매우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그럼에도 류현진의 올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여 쉰 시간을 제외하고 보면 MLB 진출 이후 가장 좋았다는 평가도 있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1.97), 9이닝당 볼넷(1.64개), 피안타율(0.221)은 MLB에 데뷔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다. 9이닝당 탈삼진(9.73개), 헛스윙 유도 비율(27.5%)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반등은 류현진이 다양한 구종의 ‘팔색조’로 변신했기에 가능했다. 포심의 한계를 느낀 류현진은 변형 직구들을 장착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올 시즌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컷패스트볼을 24.8%,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투심패스트볼을 5.4% 던졌다. 투심은 지난 시즌에 던지지 않았던 것이다.

타자로서는 머릿속에 미리 그려둬야 할 직구의 궤적부터가 3개가 된 셈이다. 류현진은 여기에 전매특허인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까지 섞어 구사했다. 류현진의 은사인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은 “류현진은 MLB에서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경기 운영을 할 줄 아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공은 느려졌지만 그 공을 받아친 타구는 더 느려졌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이 허용한 ‘강한 타구(시속 95마일 이상)’의 비중은 2016년 44.4%에서 지난해 31.4%, 올 시즌 28.8%로 줄었다. MLB 투수들의 평균치는 34.1%다. 타자들이 혼란에 빠지면서 직구의 위력은 되살아났다. 류현진의 포심에 대한 헛스윙 비율은 2013년 12.1%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 27.8%로 상승했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큰 경기에 강한 투수)’인 이유는 여러 구종을 제대로 던지는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그 투구 감각이 류현진을 위험한 선수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지난 29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 등판해 6이닝 1실점의 호투로 시즌 7승째를 거뒀다. 3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스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다저스는 30일에도 샌프란시스코에 10대 6으로 승리,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와일드카드 티켓을 확보했다. 다저스는 이날 패배한 콜로라도 로키스와 90승 71패 동률을 기록, 서부지구 공동 1위가 됐다.

NL 디비전시리즈에 어느 팀이 직행할 것인지는 최후까지 안갯속이다. 다저스와 콜로라도는 똑같이 1경기씩만 남겨 뒀다. 두 팀이 시즌 최종전(1일)에서 똑같이 이기거나 패하면, 2일 ‘타이브레이커’라는 단판승부를 벌여 지구 우승자를 가린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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