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된 불통의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이 2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스페셜 원(Special One)’이 뽐내던 특별함은 사라진 걸까. 화려한 커리어와 톡톡 튀는 입담을 자랑하던 주제 무리뉴(5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이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맨유 부임 후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무관에 그친 데다 최근 경기력 부진 및 선수단과의 불화설 등이 연이어 겹치며 경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영국 익스프레스 등 외신들은 30일(한국시간) “무리뉴 감독이 이번 주 내로 경질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전에서 1대 3으로 패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맨유는 현재 올 시즌 리그에서 3승 1무 3패로 10위에 머무르며 부진하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심각하다. 무리뉴 감독이 즐겨 쓰는 ‘선 수비 후 역습’이 통하지 않아 득점(10점)보다 실점(12점)이 더 많다. 골득실까지 포함할 경우 개막 이후 7경기 성적이 1989년 이후 최악이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첼시(EPL)와 레알 마드리드(프리메라리가)를 맡을 때에도 3년 차에 성과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단순한 징크스라 부르기에 맨유에서 받은 성적표는 처참하다. 기대를 모았던 첫 시즌에는 리그 6위, FA컵 8강에 그쳤다. 무리뉴 감독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는 두 번째 시즌조차 리그와 FA컵 모두 우승을 놓치며 2위에 자리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UEFA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감독 10인 중 하나로 꼽혔던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치욕적인 상황이다. 무리뉴 감독은 2000년대 초·중반 새로운 훈련법과 전술, 포메이션을 도입하며 축구계 트렌드를 이끌었다. 41세인 2004년 FC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며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해 이름을 날렸고, 인터밀란(세리에 A)에서도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들어올렸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며 ‘스페셜 원’이라는 별칭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며 추락하고 있다. 특히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뚜렷한 한계를 맛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현대 축구 전술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하며 ‘올드 원(Old One)’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조직화된 압박 전술은 최신 트렌드인데 맨유는 전술적으로 굉장히 느슨하다”며 “무리뉴 감독이 진화하는 축구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인 물처럼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전술적 장점은 퇴색한 반면 독선적 리더십의 단점은 부각되고 있다. 프리시즌부터 불거진 선수들과의 신경전은 더 심해졌다. 무리뉴 감독은 핵심 전력인 폴 포그바와 계속해서 마찰을 빚은 끝에 그의 주장직까지 박탈하며 팀의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무리뉴 감독의 후임자로 지네딘 지단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거론하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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