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들 궁여지책 ‘섹시 콘셉트’ 안쓰러워


 
가수 소리의 신곡 ‘터치(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여성 듀오 코코소리 출신인 그의 뮤직비디오는 선정적인 안무와 의상 탓에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최근 여성 듀오 코코소리 출신인 가수 소리가 솔로 데뷔 싱글 ‘터치(Touch)’를 발표했다. 노래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하위 장르인 투스텝 개러지를 골격으로 삼아 경쾌함을 발산한다. 동시에 소리의 미성과 이따금 추가되는 색소폰 연주로 온화함을 퍼뜨린다. 왜곡된 목소리가 촘촘히 늘어선 구간은 곡을 한층 재미있게 느껴지게 한다. 잘 만든 노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뮤직비디오와 외국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했다는 의상은 노래의 멋을 갉아먹는다. 선정성이 짙은 탓이다. 영상에서는 옷을 벗거나 벗기는 행위, 특정 신체 부위와 성을 비유하는 소품이 계속 등장한다. 소리와 댄서들은 라텍스 소재의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다. 카메라 앵글은 집요하게 엉덩이와 가슴을 좇는다. 춤을 출 때의 손은 몸 여기저기를 쓸어내리느라 바쁘다. 관능적으로 보이는 데 사력을 다한다.

과거의 소리는 지금과 매우 달랐다. 2016년 데뷔한 코코소리는 선배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처럼 트로트를 가미한 발랄한 댄스음악으로 자신들의 특징을 구축했다. SBS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이 기획한 10인조 그룹의 멤버로 활동할 때도 청순함과 귀여움을 내세웠다. 이번 곡 ‘터치’는 많은 이가 예상하지 못한 변신이었다.

갑작스러운 ‘섹스어필’을 유발한 것은 변변찮은 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송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출연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당시 28세였던 소리에게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인지도가 낮은 점을 지적하면서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많다”고 비아냥댔다. 소리는 수모를 견디면서 끝까지 살아남았지만 새로운 그룹으로 활동할 기회는 얻지 못했다. 대중의 관심을 끌 강렬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테다.

소리처럼 궁여지책으로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는 여가수나 걸그룹은 한둘이 아니다. 명랑함이 통하지 않자 성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춤을 췄던 걸그룹 스텔라가 대표적이었다. 은퇴 기로에 선 아이돌들의 패자부활전이 된 KBS 2TV ‘더 유닛’을 통해 만들어진 유니티도 지난 5월에 낸 데뷔곡 ‘넘어(No More)’에서 육감을 드러내는 데 매진했다. 방송 출연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군소 행사라도 잡겠다며 몸을 부각하는 무명의 팀도 수두룩하다.

어떤 음악팬들은 이런 모습을 결국 본인들의 선택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이들의 결정에는 가요계 환경과 대중의 기호가 영향을 미치기에 안쓰러움도 든다. 아이돌 가수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돈 없고 힘도 없는 기획사나 가수는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성에 유혹되기 마련이다. 더불어 노출이나 요염한 춤은 원초적 본능과 성적 판타지를 자극해 남성들을 사로잡기에 수월하다. 불황을 타개하려는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을 마냥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수들의 증가는 더 센 표현의 난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 시장의 확장은 성 상품화에 대한 둔감을 조장한다. 지금도 성에 관한 은유로 점철된 여가수들의 춤을 아무렇지 않게 따라 하는 어린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과한 섹스어필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해 우려스럽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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