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트럼프 담판, ‘평양선언+α’ 주고 종전선언 받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플로렌스 피해를 입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의 호리카운티 재난관리청을 방문해 응급의료팀과 대화하고 있다. 그는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방북 일정을 끝내고 20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흘 뒤인 23일 ‘9월 평양공동선언+α(알파)’를 들고 미국을 방문한다.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동시적 조치를 받아오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북·미 간 신뢰 구축에 매진했던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수석 협상가’로 전면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담판을 벌인다. 문 대통령은 평양선언 합의 배경을 설명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로드맵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동안 북·미 양측은 각각 선(先) 종전선언과 선(先) 비핵화 추가 조치를 앞세우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 방북 이후 기류는 다소 바뀌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를 선언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에 나설 경우 핵심 핵시설인 영변 핵시설 폐기도 예고했다. 당장 미국이 요구했던 핵시설 리스트 제출에는 응답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적합한 조치에 나서기만 한다면 언제든 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합의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이라는 명분을 쥐어준다면 일련의 비핵화 조치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련의 조치와 관련된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1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선언 합의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정상 간 비공개 메시지들이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조치들은 그 폭이 상당히 크다”며 “미국이 종전선언을 내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비핵화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동의한다면 당장 연내 ‘서울 종전선언’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방문을 약속한 만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같은 시기 서울 방문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평양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앞으로도 한·미 정상 간 대화를 통해서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들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연내 종전선언 여부에 대해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난 뒤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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