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평해전 등 전사자 54명 발생한 서해에서 대포 덮개 씌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앞줄 왼쪽)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 군사합의서를 교환하고 악수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에도 ‘NLL 뇌관’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서해뿐 아니라 동해에도 사격 및 해상훈련 중지 수역을 설정했다. 200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10·4 정상선언’으로 합의했던 서해 평화수역 조성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논의됐던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한강하구 골재 채취사업도 재추진될 전망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남북은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방안과 관련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평화수역 기준선을 잡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다. 대신 동·서해에 포병·함포 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는 ‘완충수역’을 두기로 했다. 완충수역은 동해 속초∼통천, 서해 덕적도∼초도 구간으로 정해졌다. 이곳에 있는 포구·포신에는 덮개가 설치되고 포문 폐쇄 조치도 이뤄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상 적대행위 중지는 서해 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해에서는 1999년 제1연평해전과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으로 전사자 54명이 발생했다. 군 당국자는 “앞으로 서해에서 덮개를 덮게 될 포구 숫자는 남측보다 북측이 4배 더 많고, 기동훈련이 중지되는 함정 숫자 역시 북한이 우리보다 6배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시범 공동어로구역은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설정키로 했다. 남북의 조업구역이 확대되는 의미가 있다. 서해5도 북측 NLL 인근 해역은 현재 조업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불법 어선을 단속하는 일은 ‘남북공동순찰대’를 구성해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남북은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 모두 구체적인 경계선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NLL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국방부는 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으로 서해와 동해에 각각 80㎞ 구간을 설정했다고 밝혔다가 오후 10시쯤 “서해 구간은 135㎞”라고 정정했다. 백령도 이북 NLL 기준으로 남측의 적대행위 중지 구간이 약 85㎞로 북측(약 50㎞)보다 더 길어 결과적으로 NLL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실무진 착오였다”며 “NLL이 후퇴한 게 아니라 북측 해안포가 집중 배치된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효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 하구를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공동이용수역은 남측의 김포반도 동북쪽 끝에서 교동도 서남쪽 끝까지, 북측의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에서 황해남도 연안군 해남리까지 길이 70㎞, 면적 280㎢ 구간이다. 공동이용수역 설정을 위한 현장조사는 올해 12월까지 남북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합의했다.

남북은 또 북측 선박의 해주 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키로 했다. 국방부는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남북 공동사업에 대한 군사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김경택 김판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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