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12년’… 무패 권력 무너뜨리다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왼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게나디 골로프킨의 안면에 강력한 펀치를 날리고 있다. AP뉴시스
 
경기 후 챔피언 벨트를 몸에 두르고 기뻐하는 알바레즈. AP뉴시스




현시대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프로복서들의 두 번째 대결은 말 그대로 ‘혈투’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리자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28·멕시코)와 게나디 골로프킨(36·카자흐스탄)의 찢어진 눈가에 피와 땀이 뒤섞여 흘러 내렸다. 마지막에 웃은 건 판정승으로 새 챔피언에 오른 알바레즈였다.

알바레즈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국제복싱기구(IBO)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12라운드 접전 끝에 2대 0(114-114 115-113 115-113)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전까지 49승(34KO) 2무 1패를 기록했던 알바레즈는 ‘무패 복서’ 골로프킨을 꺾고 통산 50번째 승리를 장식했다. 반면 골로프킨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38승(34KO) 1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온 골로프킨은 1패를 추가했다.

알바레즈는 첫대결과 달리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2라운드부터 골로프킨에게 바짝 다가가 힘이 실린 주먹을 휘둘러 한방을 노렸다. 라이트 훅이 골로프킨 안면에 정확히 꽂히자 팬들의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7∼8라운드에 접어들자 골로프킨의 양쪽 눈 아래에 시퍼런 멍이 생겼다. 알바레즈는 10라운드에서 골로프킨에게 연속으로 레프트, 라이트 펀치를 얻어맞아 잠시 비틀거리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난타전을 펼치며 끝까지 맞섰다.

심판진은 힘 있는 공격을 한 알바레즈의 손을 들었다. 알바레즈는 파워 펀치(143-116), 바디샷(46-8) 성공 횟수에서 골로프킨을 압도했다. 잽 위주 경기를 펼친 골로프킨은 펀치 시도 횟수(879-662)와 펀치 적중 횟수(234-203)가 알바레즈보다 많았지만 높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알바레즈는 “골로프킨은 좋은 파이터다.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며 “나는 녹아웃(KO)을 시도했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멕시코에 엄청난 승리를 안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골로프킨은 “오늘 경기에서 누가 승자인지 말하지 않겠다. 심판 판정으로 승패가 갈렸기 때문이다”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나타냈다.

이번 타이틀전은 ‘세기의 재대결’로 불렸다. 지난해 9월 17일 12라운드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던 두 선수는 1년 만에 다시 링에서 만났다. 당시 골로프킨이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무승부가 났다는 비판이 많았다.

재대결 성사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당초 지난 5월 재대결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알바레즈가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클렌부테롤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연기됐다. 알바레즈는 가축에 사용한 클렌부테롤을 섭취한 것이라고 해명해 비교적 짧은 6개월의 출장정지 처분만 받았다. 이에 대해 골로프킨 측이 “믿을 수 없다”고 맞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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