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망쿳’이 동남아시아를 강타하면서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만 사망자가 100명을 훨씬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주말 필리핀을 휩쓴 망쿳은 16일 중국 남부에 상륙해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지에 강풍과 홍수 피해를 입혔다.

망쿳은 현재는 필리핀을 지나갔지만 폭우가 지속되면서 홍수나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올해 가장 강력한 태풍인 망쿳은 최고시속 305㎞의 돌풍을 동반하는 등 5등급 허리케인과 맞먹는 세력을 가졌다. 당초 필리핀 재난 당국은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에 상륙한 태풍 망쿳으로 20여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피해 집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BS-CB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손섬 벵게트주 이토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3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된 주민도 40여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늘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태풍으로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교회와 광부 기숙사 등 건물들을 덮치면서 발생했다. 빅토리오 팔랑단 이토곤 시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사망자는 최소 100명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보좌관이자 태풍 대응 담당 책임자인 프랜시스 톨렌티노는 “필리핀 전역에서 570만명이 태풍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망쿳의 이동경로에 놓인 중국 남부와 홍콩도 비상이 걸렸다. 태풍이 접근하자 중국 당국은 홍콩과 마카오, 광저우 등 주장강 삼각주 전역의 교통을 전면 통제했다. 중국 푸젠성에서는 어선에 있던 5만1000여명이 대피했고 건설 현장 1600곳의 작업이 중단됐다. 광둥성 내 원자력발전소 두 곳에서는 비상인력을 배치해 점검에 들어갔다.

홍콩 당국은 최고 태풍 경계 등급인 ‘T10’을 긴급 발령하고 수백편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시켰다. 공항 폐쇄 조치로 발이 묶인 여행객은 10만명에 달한다. 강한 비바람이 홍콩 시내를 휩쓸면서 가로수가 꺾이고 건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순간 풍속이 시속 200㎞를 넘는 강한 바람으로 행인들이 땅에 넘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마카오는 역사상 처음으로 시내 전역의 카지노장을 폐장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 홍콩과 마카오 교육 당국은 17일 휴교령을 내렸다.

한편 미국 남동부에 상륙한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3명으로 늘어났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플로렌스는 열대성 폭풍으로 세력은 약화됐지만 시간당 3㎞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최고 1m에 육박하는 비를 뿌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