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팔, 갈등·분단 극복해야 하는 역사 비슷”

팔레스타인의 대표작가 사하르 칼리파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여년간 아랍권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 시각에서 문학작품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분단과 억압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제2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팔레스타인 작가 사하르 칼리파(77)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의 역할과 관련해 “상상력이 없는 인간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없다. 문학은 우리에게 현실을 바꿀 상상력을 제공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칼리파는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으로 아랍어권 최고의 문학상인 나기브 마흐푸즈 문학상을 수상했다. 팔레스타인 나블루스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영문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이후 민족해방주의와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여성과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써왔다. 활동 초기 ‘팔레스타인의 버지니아 울프’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칼리파는 “젊었을 때는 그 별명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울프와 나의 작품세계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칼리파는 내면에 천착한 울프와 달리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왔다. 그는 “내가 여섯 살 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했고, 우리 민족은 온갖 억압과 박해를 받으며 살아왔다”며 “갈등과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역사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랍 문학에 대한 관심에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1995년 오슬로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은 세계 질서에서 점점 고립돼 왔고, 극우 이슬람이 득세하면서 서구권이 아랍권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라면서 “우리 민족에게 잔인하고 힘든 이 시기에 먼 나라 한국의 친구들이 아랍 여성의 문학을 기억해준다는 게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최인석 심사위원장은 칼리파의 작품에 대해 “세계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 가치를 확인시킨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14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서울 은평구가 제정했다. 상금은 5000만원. 특별상은 송경동(51) 시인이 받는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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