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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형제복지원, 29년 만에 진실의 문 열리나

1987년 당시 철문이 굳게 닫힌 부산 형제복지원 모습. 국민일보DB




검찰개혁위원회(검개위)가 1980년대 대표적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대법원이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검개위는 13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하라”고 권고했다. 문 총장이 권고를 이행하면 대법원은 판결 파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75∼87년 박인근 당시 복지원 대표가 부랑자 3000여명을 강제수용하고 노역을 시키면서 폭행, 감금, 성폭행한 일이다. 사망자 513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용원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뒤 수사에 착수해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87년 박 대표 등을 ‘특수감금’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두 차례 파기환송 끝에 특수감금은 무죄로 판결나고 업무상횡령만 유죄가 됐다. 박 대표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이 최종 선고됐다. 그는 2016년 86세로 사망했다.

검개위는 과거 사법부가 특수감금을 무죄로 본 근거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위헌·위법성이 명백해 이 사건 판결이 비상상고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이 훈령은 75년 박정희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부랑인의 단속과 수용, 보호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검개위는 이 훈령이 법적 근거 없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했으며 훈령에서 지칭하는 ‘부랑인’의 정의가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일개 정부부처 훈령을 바탕으로 강제감금·노역한 조치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검개위는 형제복지원 판결을 비상상고를 할 수 있는 ‘법령에 위반한 심판’으로 판단했다.

비상상고가 신청되면 대법원은 공판을 열어 기각 또는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판에서 비상상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이는 기각된다. 이유가 인정되면 과거 판결이 파기된다. 비상상고 판결은 원칙적으로 이론적 효력만 있다. 즉 대법원이 스스로 ‘과거 심리 또는 재판에 법령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는 의미만 지닌다.

따라서 비상상고가 인정돼 판결이 파기돼도 재판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효력은 크지 않다. 다만 피해자들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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