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했던 소녀 ‘아이유’, 아티스트가 되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아이유. 명실상부한 가요계 톱스타인 그는 포크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인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유 팬미팅 포스터 [카카오M 제공]
 
사진=카카오M 제공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과 대중이 원하는 음악 사이의 경계를 잘 넘나든다는 평가
완성도 높은 음악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 만들어 가
일각선 과대평가됐다고 지적


가수 아이유(25)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는 게 별것 아닌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아이유가 거둔 성과를 떠올려보면 이 가수가 보낸 10년이 누구보다 대단했고 특별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유의 성장 스토리는 또래 가수들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평범한 아이돌이 뮤지션으로 거듭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16일 평론가와 라디오 PD, 음악웹진 편집장 등 가요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아이유를 뮤지션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이들은 아이유가 또래 가수들보다 “영리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면서 동시에 ‘음원퀸’이라는 위상을 유지할 정도로 대중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게 이 같은 평가의 이유였다.

김홍범 KBS 라디오 PD는 “아이유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과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 사이에 놓인 경계를 잘 넘나들고 있다”며 “어린 나이인데도 트렌드를 읽는 날카로운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곡에 대한 이해력이나 표현력이 남다르다. 대중에게 ‘일반적인 아이돌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면서 “지금의 영리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는 “데뷔 초기만 하더라도 아이유는 선배 뮤지션들이 귀여워하는 ‘기특한 후배’ 정도였다”며 “하지만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서서히 보여주면서 언젠가부터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성장 과정을 되짚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가수”라고 했다. 이어 “아이유는 현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유는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가수는 아니었다. 첫 음반을 내놓은 2008년 9월만 하더라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아이돌 가수 중 하나일 거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2009년 11월 내놓은 ‘마쉬멜로우’가 인기를 얻고, 이듬해 3월 가수 임슬옹과 부른 듀엣곡 ‘잔소리’가 히트하면서 스타로 급부상했다. 특히 그해 11월 발표한 ‘좋은 날’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라는 구절은 수많은 ‘삼촌팬’을 열광케 만들었다. 이 노래 후렴구에 등장하는 이른바 ‘3단 고음’도 크게 화제가 됐다.

이 노래를 기점으로 아이유는 여성 솔로 가수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 ‘너랑 나’ ‘하루 끝’ ‘분홍신’ 등 내놓는 곡마다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 차트 상위권에 줄줄이 랭크되는 일도 반복됐다.

2014년 5월 발표한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도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산울림의 ‘너의 의미’ 등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음반이었는데, 이 앨범은 중년층의 향수까지 자극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데뷔 초기 아이유는 ‘삼촌팬’의 지지를 통해 인기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아이유의 특징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유가 내놓는 작품들을 향한 평단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발표한 음반 ‘팔레트’는 올해 2월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가장 많은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이유의 인기 역시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이 4200명을 설문조사해 내놓은 ‘2017년을 빛낸 최고의 한국가수’ 리스트에서 아이유는 15.2%의 지지를 얻어 걸그룹 트와이스(9.1%)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물론 아이유가 과대평가된 뮤지션이라는 지적도 없진 않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신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잘 만들어낸 만큼 당분간 그의 아성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음악적으로 아직까진 대단한 성취를 보여준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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