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동화’ 크로아, 젊은피 승선 무적함대에 침몰

크로아티아의 스타플레이어 루카 모드리치가 12일(한국시간) 스페인 엘체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5번째 골을 허용한 뒤 괴로움에 얼굴을 감싸고 있다. 오른쪽은 스페인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는 모습. 두 달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뛰어난 조직력으로 준우승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이날 A대표팀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라는 치욕을 맛봤다. AP뉴시스


젊어진 무적함대의 기세에 황금세대 노장들이 완전히 무너졌다. 탄탄한 조직력과 강한 정신력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준우승을 이뤘던 크로아티아가 불과 두 달 만에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라는 굴욕을 당했다.

크로아티아는 12일(한국시간) 스페인 엘체의 에스타디오 마누엘 마르티네스 발레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0대 6으로 완패했다. 이는 크로아티아 A대표팀 사상 가장 많은 점수차로 패한 경기다. 종전 최다 점수차 패배는 2009년 9월 잉글랜드전(1 대5) 등 4차례 있었던 4골차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월드컵에서 소진한 에너지를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고, 평균 연령도 높은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월드컵에서 골든볼(MVP)을 수상하고 UEFA 올해의 선수로까지 뽑힌 루카 모드리치(33)는 중원에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반 페리시치(29)와 이반 라키티치(30)의 존재감도 미약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큰 대회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직후에는 종종 이런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수바시치와 마리오 만주키치 등 핵심 멤버들이 은퇴하며 생긴 공백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전방에서 헌신적으로 뛰던 만주키치의 대체자가 없었다. 한 해설위원은 “만주키치는 득점 이외에도 연계와 수비 가담, 세트플레이 등을 통해 팀에 활력을 가져다주던 만능선수다. 그의 빈자리가 뼈아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스페인은 20대 초중반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1골 3도움으로 맹활약한 마르코 아센시오(22)를 비롯해 다니 세바요스(22), 호세 루이스 가야(23), 사울 니게스(24)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 헤라르드 피케 등 은퇴한 선배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새로 취임하며 팀이 안정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스페인은 지난 월드컵 개막 전날 훌렌 로페테기 전 감독을 해임한 뒤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이 대신 맡았지만 혼란한 팀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엔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를 연이어 격파하며 명성을 되찾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스페인은 계속해서 빼어난 기량의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며 “네이션스리그는 물론 유로 2020, 2022 카타르월드컵의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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