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나 아직 안 끝났어!” 국내 유일 재기 전문 축구단 TNT FC

국내 유일 재활 전문 독립구단 TNT 창천 FC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서울 TNT 창천 FC 선수들이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종합스타디움 축구장에서 열린 서울 경신고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손을 모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재기 전문 독립축구단인 TNT FC는 33명의 선수가 모여 프로 무대 진입을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서울 TNT 창천 FC 선수들이 서울 경신고와의 연습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김지훈 기자
 
경기 중 경신고 선수들과 공을 다투는 TNT FC 선수들. TNT FC는 이날 경신고에 4대 2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지훈 기자


무더위가 가고 어느새 초가을의 시원한 기운이 감돌던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종합스타디움 축구장. 국내 유일의 재기 전문 축구단 ‘서울 TNT 창천 FC(TNT FC)’ 선수들이 서울 경신고와의 연습 경기에 앞서 공을 차며 몸을 풀고 있었다.

훈련을 마친 TNT FC의 노용식(21)은 얼굴에 흐른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왼쪽 발목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아 6∼7개월가량 공백기가 있었어요. 수술 이후 제 기량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고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올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면 반드시 프로 입단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그의 눈엔 기필코 재기하겠다는 간절함이 어려 있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TNT FC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1월 태국 프로축구 1부 리그 폴리스 테로의 한 대리인은 TNT FC에 실력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문의했다. 세바스티안 누만 TNT FC 2군 감독은 이정근(24)의 프로필과 경기 영상을 전해줬다. 폴리스 테로는 이틀 만에 억대 연봉이 명시된 계약서와 비행기 티켓을 보내왔다.

이정근은 2016년 공개 테스트를 통해 K리그2(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했다. 그는 2016 시즌 13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지난해 TNT FC에서 활약하며 프로 입단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 끝에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 한국프로축구 K리그에는 22개 구단(1부 리그 12개·2부 리그 10개)이 있다. 올 시즌 1,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모두 811명(1부 리그 442명·K리그2 369명)이다. 프로 선수가 되기 쉽지 않지만 프로구단에 입단해도 성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매 시즌 경기력 저하나 부상 등 각기 다른 사연으로 방출되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곳이 바로 TNT FC다.

TNT FC는 2000년 창단된 국내 유일의 독립 축구단이다. 당시엔 주말에 경기를 하고 주중에 풋살을 하는 동호회에 가까운 팀이었다. 변화는 2013년 겨울 박정훈(30·K리그2 고양 자이크로)이 합류하며 찾아왔다. 박정훈은 2011년 드래프트 1순위로 명문구단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이듬해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전남 드래곤즈와 강원 FC로 팀을 옮기다 그해 K리그를 떠났다. 프로 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박정훈은 TNT FC에서 독하게 훈련했고, 2014년 부천 FC(2부 리그)에 입단하며 프로 복귀에 성공했다.

박정훈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이 TNT FC의 문을 두드렸다. 재기 전문 축구단으로 거듭난 TNT FC는 지금까지 총 41명의 선수를 국내외 프로 팀에 입단시켰다. 지난 7월에는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한상운이 자유계약을 통해 수원 FC에 새 둥지를 틀었다.

TNT FC의 성과 뒤엔 스태프의 희생과 열정이 있다. 특히 김태륭 단장의 역할이 크다. 김 단장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1년 개인 운동을 하기 위해 TNT FC에 들어왔다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남 드래곤즈의 지명을 받은 뒤에도 TNT FC의 감독 생활을 병행했다. 김 단장은 부상 때문에 2007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부천 FC에서 플레잉코치로 뛰다 축구 해설가로 변신했다.

김 단장의 고민은 독립 구단이면 겪을 수밖에 없는 돈 문제다. 김 단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팀이든 예산이 있어야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는데 운영비가 빠듯해서 걱정이 있다”며 토로했다. 그는 이적시장이 열리는 연말과 여름이면 프로 팀에 TNT FC 선수들을 추천하고, 팀을 운영하기 위해 사비까지 들이고 있다. 최근엔 축구사랑나눔재단의 지원,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경로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팀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쉽지만 않다. TNT FC 선수들은 구단에 매월 활동비 명목으로 20만원을 내면서 운동한다. 거액의 몸값을 받으며 운동하는 프로선수들의 처지와는 천양지차다. 김 단장은 무급, 김근철 1군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소정의 활동비만 받고 자원봉사 형식으로 선수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

TNT FC 선수들은 서울 양천구 해누리축구장에서 주 5회 훈련을 한다. 프로 또는 고교 팀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도 꾸준히 익히고 있다. 선수단 인원은 33명으로 고정돼 있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TNT FC는 열악한 재정에도 부상 선수들이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한방병원, 재활스포츠센터와의 협약을 통해 부상 선수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한때 TNT FC는 순수 아마추어 축구 리그인 K3리그(4부리그) 진출을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축구단의 형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혔다. 김 단장은 “우리 선수들의 목표는 K3리그 팀이 아닌 국내외 프로 팀에 가서 재기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K3리그에서 활약하기보다는 재기 전문 독립 축구단으로 남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용식은 TNT FC에서 6개월째 운동을 하고 있다. TNT FC의 장점은 뭘까. 그는 “비슷한 처지에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선수들이 모여 운동하니 서로 의지가 된다”며 “프로에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프로를 겪은 선수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그는 “현재 야구는 여러 개의 독립구단이 생기면서 이제 독립리그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부러울 따름”이라며 “겉으로 알려진 것보다 저처럼 재기를 노리는 축구 선수들이 우리나라에 정말 많다. 지금보다 독립축구단이 많이 생겨서 하나의 독립리그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 단장의 생각도 노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단장은 “누구라도 한 번쯤은 쓰러질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 아닌가”라며 TNT FC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제 끝났다’는 선고를 받은 선수가 있다면 그대로 주저앉지 말고 한 번 더 일어나 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재기를 꿈꾸는 축구인에게 전하는 그의 말에는 강한 울림이 있었다.

박구인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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