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잘 싸웠지만… 세계 12위 칠레의 강한 압박에 고전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칠레의 경기. 한국 정우영과 장현수가 몸을 날려 수비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칠레와 32위의 코스타리카는 순위만큼의 실력차가 있었다. 코스타리카와의 데뷔전에 이어 2연승에 도전했던 벤투호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한국은 벤투 감독 체제로 치러진 두 번의 A매치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칠레와의 역대 전적도 1무 1패로 열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 이날 최전방의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정점으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남태희(알두하일), 황희찬(함부르크)을 2선에 세우는 4-2-3-1 포메이션으로 칠레를 맞았다. 코스타리카전과 달리 공격에선 지동원 대신 황의조를, 이재성(홀슈타인 킬) 대신 황희찬을 배치해 변화를 줬다. 골문 역시 김승규(빗셀 고베) 대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키도록 했다. 승리를 거뒀던 코스타리카전 멤버에 아시안게임 멤버를 추가하는 최소한의 변화만을 택했다.

칠레는 안젤로 사갈(파추카), 디에고 루비오(스포르팅 캔사스)를 공격 최전방에 내세우고 아르투로 비달(FC 바르셀로나)과 개리 메델(베식타스) 등을 선발로 앞세웠다. 경기 전부터 ‘인종 차별’ 논란을 빚은 디에고 발데스(모나카스 모렐리아)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칠레는 코스타리카와 달리 경기 시작부터 한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국은 칠레의 안정적인 수비와 강한 압박에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또 한순간에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전반 16분 골키퍼가 찬 공이 비달의 발에 걸려 위기를 맞을 뻔했으나 정우영(알사드)이 다행히 걷어냈다. 한국 진영에서 패스 미스가 역습으로 연결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후반 들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을 투입하며 잠시 공격이 살아나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했으나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장현수(FC 도쿄)의 헤딩슛, 기성용(뉴캐슬)의 중거리슛이 그나마 위협적이었다.

반면 칠레는 비달이 경기 전반을 조율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달은 공수에서 차원 높은 플레이를 펼치며 “과연 월드클래스”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비달의 지휘 아래 칠레는 비록 마무리가 세밀하지 않긴 했지만 골과 마찬가지인 상황도 몇 차례 만들어냈다. 후반 17분 마우리시오 이슬라(페네르바체)의 패스를 받은 비달이 골문 바로 앞에서 슈팅을 때렸으나 빗맞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장현수(FC 도쿄)가 골키퍼에게 백패스했다가 발데스에 차단당해 절체절명의 위기도 맞았다. 발데스가 김진현을 제치고 슛을 쐈으나 다행히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행운이 따랐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는 예상대로 어려웠다. 강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레이날도 루에다 칠레 감독은 “한국팀은 벤투 감독 체제에서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더라. 그것을 고려해 대응했다”며 한국에 대한 분석이 통했음을 언급했다.

수원=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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