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 흐리는 이 못된 짓

콜롬비아의 에드윈 카르도나가 지난해 11월 10일 한국과의 친선경기 도중 기성용 등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칠레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디에고 발데스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사진과 관련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를 전한다”고 했다. 한국과의 친선 경기를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 팬의 사진 촬영 요청에 양손으로 눈을 찢는 제스처를 했었다. 아시아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였다. 국내는 물론 칠레 언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부랴부랴 사과문을 내놓았다.

축구장 안팎에서 이른바 ‘눈찢기’로 아시아를 비하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지난 6월 2018 러시아월드컵 기간 중 한국 팬들의 환호에 눈 찢는 동작을 했다. “아시아인들이 대단하다는 의미에서 한 행동”이라고 해명을 내놨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콜롬비아의 에드윈 카르도나가 한국과의 친선 경기 도중 기성용 등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했다. 카르도나는 팀이 0대 2로 패배한 뒤 콜롬비아 축구협회를 통해 사과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축구선수들도 인종차별과 싸워 왔다. 이탈리아 세리에B 헬라스 베로나에서 뛰는 이승우는 지난 5월 지역 방송자 해설자를 고소했다. 이 해설자는 이승우가 데뷔골을 넣자 “AC 밀란을 상대로 득점했다는 것보다 개고기 샌드위치를 먹는 선수로 더욱 유명해질 것”이라고 망언을 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은 원정경기에서 볼을 잡을 때 “(불법 복제한) DVD를 팔아라” “그는 개를 잡아먹는다”는 야유를 듣곤 했다.

인종차별이 아시아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 리그에서는 경기장 안의 유색인종 선수를 향해 바나나를 던지거나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는 일이 잦다. 놀림을 뛰어넘어 실제 차별이 팀내에도 있었음을 폭로한 선수도 있다. 메수트 외질은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직후 “나는 이기면 독일인이었지만 지면 이민자였다. 인종차별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더는 독일 대표팀을 위해 뛸 수 없다”고 밝혔다.

FIFA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세이 노 투 레이시즘)’ 캠페인을 벌이며 차별행위자의 중징계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발데스와 악성 팬들의 행위에서 볼 수 있듯 축구에서의 인종차별은 계속되기만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축구는 세계적으로 퍼진 스포츠이며 첨예한 민족적 감정이 개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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