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함께 가자” 초청한 청, 1시간 만에 거절한 국회

사진=이병주 기자


청와대가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추진에 이어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공식 초청했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 진전됐던 남북 관계가 정권교체 후 부침을 겪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남북 간 합의사항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국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던 야당 지도부의 과거 발언까지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2018 평양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평양 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국회·정당대표로 초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회 여야 대표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행원이 아닌 국회·정당특별대표단으로 구성하고 별도 일정을 마련한다는 게 청와대 구상이다.

임 실장은 “다섯 정당의 대표님 모두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화해·협력에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방북에 부정적인 보수 야권 지도부의 과거 발언들을 소개했다. 임 실장은 “손 대표님은 정치를 해오시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협력에 대해 강조해 오셨다”며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을 발표하신 적도 있고 대표 취임 이후에도 남북 평화 문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과거 매우 중요한 위치에서 남북 교류·협력에 대해 실질적으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임 실장은 “보는 각도와 강조점이 다를 수 있지만 이 점(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계신 것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국회가 동참할 것을 적극 호소했다. 임 실장은 “과거부터 국회가 함께해야 제대로 남북 간에 교류·협력의 안정된 길이 열릴 것이라는 논의가 많이 있었다”며 국회 외통위를 비핵화 논의 핵심으로 거론했다. 이어 “지금 초청하는 분들께서 일정에 어려움도 있을 수 있고,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얼마간의 정책 부담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정말 역사적으로 남북 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고, 비핵화 문제도 매우 중대한 시점에 있는 이 순간에 대승적으로 동행해 주시길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강조했다.

의장단은 회의를 거쳐 정기국회 전념, 국제회의 참석 등을 이유로, 김 비대위원장도 “협상과 대화의 주체는 단순할수록 좋다”며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청와대 발표 1시간여 만에 주요 인사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임 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한병도 정무수석이 일대일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협치 내각 제안에 이어 또 한 번 국회를 상대로 실책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손 대표 역시 청와대 발표에 앞서 “당대표들이 지금 나서봤자 들러리밖에 안 된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만큼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심우삼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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