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 월리엄스, 품격도 경기도 잃은 테니스의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전 도중 주심 카를로스 라모스에게 다가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AP뉴시스
 
윌리엄스는 경기 중 금지된 코칭을 받았다는 심판 판정에 ‘거짓말쟁이’ ‘도둑’이라는 말로 격렬히 항의했고, 경기가 풀리지 않자 라켓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AP뉴시스
 
9일(한국시간) 경기에서 윌리엄스를 꺾은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오사카는 일본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됐다. 신화뉴시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 2로 패한 세레나 윌리엄스는 우승자 오사카 나오미(일본)를 가볍게 안으며 축하했다. 하지만 체어 엄파이어(주심) 카를로스 라모스와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내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자신의 벤치로 돌아갔다.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최고령 챔피언 기록,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최다 우승 타이기록에 도전하던 윌리엄스는 이날 오사카가 아닌 심판과 싸웠다. 발단은 윌리엄스의 코치가 보낸 손짓이었다. 2세트 초반 플레이어 박스에 있던 윌리엄스의 코치 패트릭 무라토글루는 네트플레이를 활발히 하라는 듯한 손짓을 했고, 이에 주심은 경고를 했다. 일반 대회와 달리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코칭이 금지된다.

윌리엄스는 2세트 5번째 게임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내주자 격분해 라켓을 내동댕이쳐 부러뜨렸다. 이에 주심이 다시 경고를 주면서 다음 게임은 오사카의 선제 득점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윌리엄스는 주심에게 다가가 “나는 코칭을 받지 않았다. 딸의 이름을 걸고 나는 평생 속이지 않았다. 당신은 내게 사과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평정심을 잃은 윌리엄스는 한 게임을 또다시 내주게 되자 주심을 향해 “당신은 거짓말쟁이다. 한 포인트를 훔친 당신은 도둑이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나는 당신과 같은 코트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언어폭력을 이유로 윌리엄스가 게임 스코어까지 잃게 되자 결승전의 향방은 뚜렷해졌다. 윌리엄스는 토너먼트 레프리에게 다가가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포인트를 빼앗겼다. 남자 선수들이 심판에게 말을 건넬 때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최고 수준의 대회인 US오픈 시상식은 마치 장례식 같았다. 관중들은 박수 대신 야유를 보냈다. 윌리엄스와의 결승전을 매일 꿈꿨다는 오사카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하고서도 울먹였다. 오사카는 “이렇게 끝나서 미안하다. 경기를 봐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가 “나는 무례하게 굴고 싶지 않다. 오사카가 잘 뛰었다”고 하자 비로소 박수가 조금 터졌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남자 선수들의 폭언 때 심판이 게임 포인트를 빼앗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이곳에서 싸웠다”는 말을 쏟아냈다.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은 윌리엄스의 언행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다만 결승전의 품격이 떨어졌다는 데는 이견이 적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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