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유스팀 아이들, 한국 축구 짊어진다



K리그 유스(유소년)팀 출신의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주축으로 우뚝 서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 20명 중 15명이 K리그 유스 출신이다. 구단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K리그 유스에서 다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해외 리그에 진출하기도 한다.

A대표팀인 벤투호의 공격진을 구성하는 황의조와 지동원, 남태희는 모두 K리그 유스팀에서 축구를 배웠다. 아시안게임에서 9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황의조는 ‘성남 FC의 아들’이다. 성남 유스팀인 풍생중과 풍생고를 거쳐 2013년 성남에서 프로로 데뷔한 황의조는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4시즌 넘게 함께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도 전남 드래곤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제주도 출신인 지동원은 전남 산하의 광양제철고로 축구 유학을 와 실력을 키운 후 2010년 프로로 발을 디뎠다.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뒤 지난 7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황인범은 대전 시티즌이 길러낸 유망주다. 대전 유스팀에서 실력을 쌓은 황인범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15년 입단 첫 시즌부터 4골 1도움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황인범은 패스 능력과 판단력이 뛰어나다. 나이대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진 선수”라고 호평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선보이며 아시안게임에 사실상 풀타임 출전한 김진야도 인천 유나이티드가 배출한 믿음직한 미래의 국가대표 풀백이다.

K리그 유스에서 자라난 뒤 해외 리그로 진출한 경우도 적지 않다. 남태희는 울산 현대 유스팀인 현대중·고 축구부를 거쳐 프랑스 발랑시엔 FC에 입단했다. 남태희는 지난 7일 코스타리카와의 친선전에서 기막힌 드리블로 추가골을 넣으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진가를 드러냈다.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인 포항 제철중·고에서 두각을 나타낸 황희찬은 이후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에이스 손흥민(FC서울 유스 동북고 중퇴)과 이탈리아 세리에B 헬라스 베로나의 이승우(인천 유스 광성중 중퇴)도 학창시절 유스팀의 수혜를 받았다.

이처럼 유망주들이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K리그의 꾸준한 제도적 뒷받침 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08년 K리그 전 구단이 의무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게 했고, 2013년에는 23세 이하 선수의 의무출전 규정을 K리그에 도입했다. 2015년부터는 하계 토너먼트 대회인 K리그 유스 챔피언십도 개최했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자주 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결과 현재 K리그1 팀들의 자구단 유스 비율은 17.9%, 타구단을 포함한 전체 유스 비율은 27.8%이다. 축구 선진국인 스페인 23.7%, 프랑스 19.4%, 독일 13.3%, 잉글랜드 11.7%(이상 2016년 자구단 유스 비율)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연맹은 지난해 벨기에의 황금세대를 탄생시킨 ‘더블 패스’를 벤치마킹한 유소년 클럽 평가 인증제(유스 트러스트)를 도입하며 유소년 선수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스 트러스트는 2년마다 각 구단의 유스팀을 9개 부문에서 평가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황금세대를 키워낼 마중물이 계속해서 부어지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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