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 김정은 면담… 비핵화 중재 ‘문재인 구상’ 전달

대북 특사로 5일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수석을 맡은 대북 특별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특사단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과 릴레이 회담을 갖고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담판을 벌였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5일 오전 공군 2호기로 서울공항을 출발, 오전 9시 평양 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관계 부처에서 파견된 실무 수행원 6명도 동행했다. 특사단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통전부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은 뒤 고려호텔로 이동했다. 이어 호텔 38층 회의실에서 오전 9시35분부터 김 부위원장, 이 위원장과 함께 39분간 릴레이 회담을 열었다.

특사단은 회담을 마친 뒤 오전 10시22분 공식 면담장에 도착했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특사단 회담 기록은 여기까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지만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는 모른다”며 “다만 김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 협상 및 남북 관계 문제 전반을 폭넓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구상과 함께 북·미 협상 중재안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가 비핵화 행동에 착수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등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특사단은 앞선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의제도 조율했다. 청와대는 당초 북·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다음 주쯤 문 대통령이 방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무산되는 등 이상 기류가 발생하면서 문 대통령의 방북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사단은 회담 일정이 끝난 후 예정에 없던 만찬에 초청됐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이 만찬을 주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사단은 만찬 초청 보고만 했을 뿐 초청자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은 오·만찬 시작 직전에야 초청자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사단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만찬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이 마련된 것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성의를 보인 만큼 특사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지난번과 같은 일정일 뿐 깜짝 이벤트는 없었던 점에 비춰 협상이 어려웠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특사단 방북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만찬 직전에서야 정부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만찬에서 중요한 얘기들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방북 11시간40분여 만인 오후 8시40분 평양을 떠나 오후 9시44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청와대 관저로 이동해 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정 실장은 만찬으로 귀환이 늦어짐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방북 결과 언론 발표도 6일로 연기했다. 한반도 평화구축 여정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특사단 발표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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