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머리카락 간의 거리만큼… ‘간발의 차이’



야구에서 내야땅볼을 친 선수가 27.43m 거리인 1루까지 죽어라 뜁니다. 공이 불규칙하게 튀거나 타자의 발이 썩 날래거나 수비수가 더듬더듬하거나 하면 간발의 차이로 죽고 살고 하지요. 타자 쪽에서는 산 것 같고, 수비 쪽에선 죽인 것 같은 경우 한쪽의 요청으로 ‘화면을 느리게 돌려서 확인하는’(챌린지) 과정을 거칩니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인간의 아전인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습니다. 스케이팅 쇼트트랙이나 육상 단거리 경기에서도 결승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순위가 정해지는 걸 봅니다.

간발(間髮)은 ‘아주 잠시 또는 매우 적다’는 말입니다. 몹시 서운한 이도 있겠으나, 보통은 두피에 머리카락이 촘촘히 나 있지요. 間髮은 머리카락들 사이 거리, 혹은 머리카락 굵기를 이른다 하겠습니다. 굳이 따지면 1㎜도 안 되겠는데 ‘눈곱만큼’이라고 할 때의 눈곱보다도 작고 적고 짧을 것 같습니다.

간발은 보통 ‘숨이 턱까지 차도록 뛰었으나 간발의 차이로 막차를 놓쳤다’처럼 쓰지요. ‘군인들은 간발의 휴식도 갖지 못하고 전장으로 향했다’같이 매우 짧은 시간을 이를 때도 쓸 수 있습니다.

모발, 단발머리, 이발소, 가발 등에 들어 있는 髮의 윗부분 부수(터럭발머리)가 올라앉은 글자는 털과 관련된 것입니다. 수염(鬚髥)이 예인데 ‘삼국지’에 나오는 운장 관우. ‘의리’의 화신(化身)이 된 그의 구레나룻과 검붉은 수염이 매우 멋져서 미염공(美髥公)이라고도 불렸지요.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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