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부산국제영화제… “화합, 정상화, 새로운 도약”

지난 4년간 정부의 외압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파행을 겪어 온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정상화를 향해 다시 뛴다. 사진은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는 이용관 이사장(오른쪽)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뉴시스
 
23회째를 맞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이나영 주연의 영화 ‘뷰티풀 데이즈’(위 사진)가, 폐막작으로는 홍콩 영화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공식 포스터는 황영성 화백의 작품 ‘가족 이야기’에 ‘부산(BUSAN)’의 영문자를 조합해, 4가지 이미지가 하나로 모였을 때 의미가 완성되도록 했다. 다난한 굴곡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흩어졌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처럼 다시금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을 아우르는 재회의 장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는 지난 4년의 어려움을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합, 정상화,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이끌게 된 이용관 이사장은 의지에 찬 눈빛으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잇단 파행을 겪었다.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집행위원장 인사, 예산 삭감 등 영화제 운영에 정치적 압박을 가했고, 이에 반발한 영화인들은 영화제의 자율성 및 독립성을 주장하며 보이콧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올해,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됐다. 그동안 영화제를 떠나 있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이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막판까지 보이콧을 이어 온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3개 단체까지 최근 보이콧을 철회하면서 정상화에 힘을 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개·폐막작과 상영작, 초청 게스트, 주요 행사 등을 공개했다. 다음 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올해 영화제는 해운대 영화의전당 등 부산 지역 5개 극장의 30개 상영관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전 세계 79개국 323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초청작 규모는 지난해(76개국 300편)에 비해 3개국 23편이 늘어났다.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되는 월드 프리미어에는 115편(장편 85편·단편 30편), 제작 국가를 제외하고 첫선을 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에는 25편(장편 24편·단편 1편)이 출품됐다.

개막작은 부산 출신인 윤재호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뷰티풀 데이즈’가 선정됐다. 영화는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의 고통 어린 삶을 그린다. 결혼과 출산으로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 배우 이나영이 ‘하울링’(2012)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폐막작으로는 홍콩의 원화평 감독이 연출한 ‘엽문 외전’이 낙점됐다. 원화평은 홍콩 정통무술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린 배우 겸 제작자로, 이번 신작에서도 현란한 액션 활극을 선보인다. 장진과 양자경, 태국 배우 토니 자, 프로레슬러 출신 할리우드 배우 데이브 바티스타 등이 출연한다.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는 한국 3편, 중국 2편, 일본 1편 등 본선 진출작 10편이 포함됐다. 김홍준 한국영화예술학교 교수 등 5명이 이 부문 심사를 맡는다. 이외에도 거장들의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3편), 도전적인 아시아 젊은 감독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시아 영화의 창’(60편) 등이 마련됐다.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이장호 감독이다.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해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등 그의 대표작 8편이 관객을 만난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의 음악계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는 개막식 무대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필리핀영화 100주년 특별전-영화, 국가와 역사에 응답하다’에서는 필리핀 고전영화 10편이 상영된다. 신설된 ‘부산 클래식 섹션’에서는 ‘패왕별희’ 등 영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 13편을 소개한다. 더불어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교류 확대를 위해 관객 체험 및 참여 중심의 부대행사들을 중구 남포동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이용관 이사장과 함께 지난 1월 31일 부임해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영화제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는 좀 더 새로워져야 하고, 좀 더 국제화돼야 한다. 올해 영화제 폐막 이후 이런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