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더 밟으면 엄마 고생 안해도”… 報恩의 질주 나아름

나아름이 지난 28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이클 단체추발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아시안게임을 앞둔 지난 15일, 아버지 나점수씨(오른쪽)와 어머니 주명순씨가 딸 나아름을 응원하러 충북 진천 국가대표팀 선수촌에 방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나아름 가족 제공


나아름(28)은 언제나 묵묵히 페달을 밟았다. 비인기 종목인 사이클의 오랜 간판스타로서 외롭기도 하고 아플 때도 있었지만, 안장 위에서는 늘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했다. 페달을 통해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주겠다는 신념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이클 개인도로·도로독주·단체추발에서 3관왕을 휩쓴 나아름의 뒤에는 딸을 물심양면으로 지지하는 부모가 있었다. 벼와 보리, 양파 등을 수확하며 딸을 키운 부모의 마음 한켠에는 항상 미안함이 가득했다. 나아름의 어머니 주명순(57)씨는 3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아름이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마울 뿐”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나아름은 전남 나주의 농가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많지 않은 농사 수입과 어머니의 하루 7∼8만원의 일용직 일당으로는 운동 지원은커녕 얼마 안되는 집안의 빚을 갚기도 부족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음에도 부모는 딸을 위해 노력했다. 몸에 좋다는 녹용을 어렵사리 구해 보약을 달여 먹이기도 했고, 훈련에 지칠 때는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해 주려 애썼다. 이번 대회 전에도 딸이 있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팀 선수촌에 옥수수와 고기를 싸가지고 응원을 갔다.

나아름은 늘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한 부모 생각만 했다. 2009년 실업팀 나주시청에 처음 들어간 뒤 어머니에게 “내가 페달 한 바퀴 더 밟으면 엄마 힘든 일 안 해도 된다”며 일을 그만하라고 말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아름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이클을 탔다. 나아름이 소속된 상주시청 실업팀의 전제효 감독은 “휴가도 반납하고 훈련에 매진한다. 내가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열심이다”라고 말했다.

재능도 타고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이클을 시작한 나아름은 고등학교 1학년인 2006년 전국체육대회 4관왕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짧게는 수㎞에서 길게는 100㎞ 넘게 타야 하는 사이클 경기에서 영리하게 게임을 운영하는 능력이 빛을 발했다. 전 감독은 “나아름은 시야가 넓고 똑똑하다. 어느 시점에서 치고 나가야 할지 판단을 굉장히 잘한다”고 평가했다.

나아름은 자칫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지난 3월 실수로 왼쪽 발가락이 부러져 2개월가량 대회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잘 극복해 지난 6월 열린 대표 선발전을 겸한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나아름은 31일 열리는 사이클 메디슨 경기에서 마지막 금메달을 노린다. 우승하면 사이클 대표팀 사상 첫 아시안게임 한 대회 4관왕이 된다. 지난 세 종목에서 130㎞를 넘게 타는 강행군에 지칠 만도 하지만 나아름은 “이제 시작이다”라며 의지를 다잡았다.

아시안게임이 시작 후 주씨는 매일 딸이 몸 성히 잘하고 오라고 기도하고 있다. 엄마의 그 기도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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