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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부장 아버지 혼자 시험서류 검토, 쌍둥이 자매는 수상한 정답 9개


서울시교육청이 강남구 숙명여고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두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중징계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교육청은 교무부장으로 근무 중인 A교사가 지난해부터 자신의 두 딸이 속한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총 6회(1학년 1·2학기 중간·기말, 2학년 1학기 중간·기말)에 걸쳐 검토 및 결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A교사는 시험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혼자서 시험 서류를 검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시험 출제 및 검토에서 배제토록 한 교육청 관리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교육청은 이달 초 A교사의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16∼22일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감독 책임이 있는 교장과 교감은 A교사 자녀들의 입학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교사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2016년 교무부장이 되기 전 당시 교감에게 “자녀가 내년 우리 학교에 들어올 것 같은데 교무부장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교감은 “관행인데 뭐 어떠냐. 전 교감도 자녀와 함께 학교 다녔지만 별 문제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숙명여고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학교를 다닌 사례는 모두 4건이다.

교육청은 쌍둥이 자매가 오류로 정답이 바뀐 시험문제에서 수정되기 이전의 정답을 적어낸 경우가 9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정정 전 정답’(오답)은 A교사가 시험서류를 검토할 때의 정답”이라며 “문제유출 개연성을 높이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 중엔 계산 공식이 답이었던 단답형 문제도 있었다. 자매가 똑같은 오답을 적은 문제도 1개 있었다. 다만 해당 문제는 오답률이 70.9%로 대부분 학생이 정정 전 정답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직접적 물증을 얻지 못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이와 별개로 학교 법인에 교장·교감에게 정직처분을, 시험 담당교사에게 견책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관련 지침을 고쳐 시험문제 제출 전 과정에 학생 중 친인척이 있는 교사를 배제하기로 했다. 다음 달 중 서울 모든 중·고교에서 시험 보안관리 현황을 전수 점검한다.

교육청은 시험문제 유출의혹 사건이 터지자 이달 중순 자녀가 재학하거나 입학 예정인 학교엔 부모 교사를 배치하지 않도록 인사관리 지침을 변경했다. 그러나 해당 지침은 사립학교엔 적용되지 않고 공립학교도 교사가 자녀 관계를 숨기면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가 최근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상피제’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학생의 선택권 제한 등 반대가 많아 시행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부모가 근무한다고 해서 학생이 다니지 못하는 게 맞느냐’라는 지적이 많다”며 “교육부도 이 점을 고려해 상피제 도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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