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명장 ‘학범슨’ vs ‘쌀딩크’ 운명의 지략 대결

김학범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왼쪽)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전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한국과 베트남은 각각 우즈베키스탄과 시리아를 꺾고 4강에 올랐다. 뉴시스


K리그에서 함께 감독 생활을 하며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베테랑 명장 김학범(58) 감독과 박항서(59) 감독이 아시안게임 우승 길목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학범슨(김학범+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박 감독은 ‘쌀딩크(베트남 주산물 쌀+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화제를 낳았다. K리그 맞대결에서는 김 감독이 박 감독을 압도한 바 있어 아시안게임에서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박항서 매직’으로 무장한 베트남 대표팀과 맞붙는다.

김 감독은 2005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박 감독은 2006년 신생 경남 FC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나이와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시기가 비슷한 이들의 공통점은 성실함이다. 김 감독은 틈만 나면 스페인 같은 축구 선진국에 나가 전술 트렌드를 공부한다. 명지대에서 축구 관련 논문까지 쓰며 박사 학위를 받은 축구 박사기도 하다. 박 감독은 골프 등 축구 외적인 일과는 거리를 두고 선수 훈련에만 몰입하기로 유명하다.

김 감독의 강점은 전술의 다양성이다. 자신의 장점을 강화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맞춤형 전술이 돋보인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8일 “김 감독은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팀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할 줄 안다”며 “각 팀에 맞게 경기를 준비하는 전술적 유연성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박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있으면서 선수단을 관리하는 리더십을 배웠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약체로 여기며 쉽게 포기하던 베트남 선수들에게 끈기와 인내를 가르쳤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베트남 선수들은 경기 종반까지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뛴다. 박 감독이 히딩크 전 감독에게 배운 체력 프로그램을 베트남에 제대로 도입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대 전적에서는 김 감독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박 감독과 10번 만나 8승 1무 1패를 거뒀다. 박 감독이 상대적 약팀인 경남 FC와 상주 상무 등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한 격차다.

전·현직 한국 아시안게임 감독 간 맞대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박 감독은 한·일월드컵 후에 열린 2002 부산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 대표팀은 월드컵 4강 신화 멤버 상당수가 있었음에도 동메달에 그쳤다. 박 감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와 전술 운영 미숙 등의 이유로 경질됐다. 김 감독은 지난 2월부터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아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결전을 앞둔 두 지도자는 서로에 경의를 표했다. 김 감독은 “좋은 팀을 만든 박 감독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김 감독은 지략가”라고 화답했다.

방극렬 기자 exe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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