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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일대일로’ 비판에 시진핑 궤도 수정 시사 “중국 클럽 아니다”



시행 5주년을 맞은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역점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가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중국 자본과 기업이 저개발국의 인프라 구축사업을 통해 알맹이만 챙기고 상대국을 빚더미에 앉게 한다는 비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빚더미 일대일로’란 반발이 잇따르자 시 주석은 부분 궤도 수정을 시사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인 시 주석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대일로까지 흔들릴 경우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5주년 좌담회에서 “일대일로 사업은 경제적 협력일 뿐 지정학적, 군사적 동맹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배타적인 집단이나 ‘중국 클럽’을 결성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사업 방식의 궤도 수정을 주문했다. 이어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우선순위에 두고, 현지 주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프로젝트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빚더미에 오른 자국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 취소 방침을 밝히는 등 곳곳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사업추진 방식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다음 달 3∼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3년마다 열리는 FOCAC 정상회의는 중국이 자원부국인 아프리카 국가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경제적 유대도 강화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는 무대다.

아프리카에서도 일대일로 사업이 빚더미를 안겨주고 중국 종속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케냐는 사업비 32억 달러를 들여 수도 나이로비와 항구도시 몸바사를 잇는 470㎞ 철도를 지난해 건설했다가 빚더미에 앉게 됐다. 사업비 대부분을 중국 금융기관에서 조달하고 중국 건설회사가 건설하는 구조여서 현지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미하고 부채만 늘었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이웃 지부티의 항구까지 750㎞를 잇는 철도를 올 1월 개통했다. 그런데 사업비 34억 달러의 70%가 중국 은행 대출로 이뤄졌고 공사도 대부분 중국 업체가 맡았다. 에티오피아는 중국 차관의 대거 유입으로 대외부채가 2008년 28억 달러에서 2016년 220억 달러로 늘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에 이어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도 전 정권에서 진행됐던 620억 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구상의 부패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일대일로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해양대 판중잉 교수는 시 주석 발언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궤도 수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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