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밀어붙이는 트럼프, 멕시코와 NAFTA 개정 잠정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에 잠정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양국이 나프타 재협상을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캐나다까지 개정에 합의할 경우 나프타는 발효 24년 만에 전면 개편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에토 대통령에게 “양국 제조업과 농업,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주 특별한 협정”이라며 “훌륭한 협상을 통해 공정한 협정을 체결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날 미국 나스닥지수는 8017.90으로 마감하며 1971년 거래 시작 이후 처음으로 ‘8000 고지’를 넘었다.

새 협정은 미국 또는 멕시코산 부품을 75% 이상 사용한 자동차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한다고 규정했다. 기존 나프타 조항에서는 62.5%만 충족하면 됐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제3국산 부품 비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 협정은 또 자동차 부품의 40∼45%를 시간당 16달러 이상 버는 고임금 근로자가 만들어야 한다고 정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임금 절감을 위해 미국에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지 못하게 막으려는 미국의 의향이 반영된 조항이다.

미국과 멕시코가 나프타 개정에 합의함에 따라 공은 캐나다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캐나다를 압박해 유리한 협상 결과를 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에토 대통령에게 “가장 쉬운 조치는 캐나다산 자동차에 관세를 물리는 것”이라며 “(자동차 관세는) 액수가 엄청나서 아주 쉬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국이 참여하는 나프타 틀 자체를 깨버릴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프타라는 이름에 대해 “미국에 바가지를 씌운다는 안 좋은 함의가 있다”면서 “새 협정을 미국·멕시코 무역협정이라 부르고 싶다. 훨씬 품격 있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협정에) 캐나다를 끼워줄지, 아니면 캐나다와 따로 양자 협상을 진행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를 갖고 생산적인 무역협상을 지속하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니에토 대통령과의 통화 전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런데 멕시코 현지와 통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여보세요(hello)”를 연발하는 장면까지 언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를 무시하고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듯 공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