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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공적 마인드 부재



함승희(67) 전 강원랜드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변호사다. 1980∼90년대 초반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 등에서 권력형 비리 수사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 등 거물급 인사를 숱하게 구속시켜 ‘저승사자’란 별명까지 얻었다. 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박상원이 연기한 강우석 검사는 함 전 사장이 모델이라고 한다.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95년 재직 때 담당했던 사건의 뒷얘기를 담은 책 ‘성역은 없다’를 펴내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 후광으로 2000년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지역구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07년 박근혜 캠프로 옮겨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과 최고위원을 지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인 2014년 12월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공기업 강원랜드 사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퇴임했다. 그는 재직 당시 회사 내부의 부정부패 척결에 단호한 태도를 취했었다.

그런 그가 최근 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비서실에 지급된 3장의 법인카드로 3년 동안 서울에서 총 636차례 결제를 했는데 사적 용도로 쓴 사례가 많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2008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연구단체 ‘포럼 오래’의 사무국장인 30대 여성의 집 인근 레스토랑과 카페, 빵집,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한 314건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사용 장소나 시간 및 내역, 강원랜드 전 비서실 직원의 증언 등으로 미뤄볼 때 사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함 전 사장이 누구를 만나든 그건 그의 자유다. 문제는 개인적인 만남에 공적 업무수행을 위해 지급된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비서진까지 동원했다는 것이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고 공금 유용에 해당될 수 있는 처신이다. 강직한 검사 이미지로 그 자리까지 오른 함 전 사장이 그런 부적절한 처신을 거리낌 없이 반복적으로 해왔다는 건 우리 사회 지도층의 공적 마인드가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공금을 쌈짓돈처럼 여기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 공금인 특수활동비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신계륜 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특활비를 자녀 유학자금으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지도층 인사들의 공적 마인드 부재야말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아닐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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