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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부른 트럼프의 뒤끝, 매케인 조기 내렸다가 비난 여론에 다시 게양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불편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별세에 옹졸한 모습을 연이어 보여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조기(弔旗)가 아니라 평상시 같은 모습으로 성조기를 내걸었다. 지난 25일 매케인 의원의 별세를 애도하기 위해 내걸었던 조기를 이틀 만에 내린 것이다. 미국 국기 법률은 연방의원이 사망한 날로부터 이틀간 조기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어 백악관의 조치가 법률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인이 된 연방의원을 기리기 위해 조기를 오래 게양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들의 암묵적인 관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매케인 의원의 업적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리는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할 예정이다. 매케인의 가족도 고인의 뜻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장례식에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백악관 공식성명을 내자는 참모들의 건의에 퇴짜를 놨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태도는 엄청난 비난을 야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케인 의원 별세에 대한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또 정치적 불벼락을 맞았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꼬리를 내렸다. 그는 “정책과 정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케인 의원의 국가에 대한 봉사에 존경을 보낸다”는 서면성명을 냈다. 또 장례 일정이 끝나는 다음 달 2일까지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WP는 매케인이 임종 직전 남긴 유언 같은 마지막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미묘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오랜 측근인 릭 데이비스가 공개한 메시지에서 매케인은 “폭력을 낳는 민족적 대립을 애국과 혼동하고 장벽을 허물기보다는 장벽 뒤에 숨을 때 우리의 위대함은 약화된다”고 밝혔다. WP는 이 부분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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