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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버스·택시 질주 ‘전기차 도시’ 선전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IT업체 텐센트의 신사옥. 이곳에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건물 내에는 농구 탁구 배드민턴 코트와 암벽등반 등 각종 체육시설도 갖춰 있다.


선전 선난중루 인근 덩샤오핑 유화광장. 선전의 마천루를 바라보는 곳에 설치된 덩샤오핑 초상화에는 ‘당의 기본노선(개혁개방)을 100년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당의 기본노선(개혁개방)을 10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1∼2월 ‘남순강화(南巡講話)’ 때 한 말이다. 덩샤오핑은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개혁개방 노선이 흔들리자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상하이와 선전, 주하이 등을 돌며 개혁개방 확대를 역설했다. 만약 그때 중국의 노선이 틀어졌다면 오늘의 부강한 중국은 없었을지 모른다.

지난 24일 찾은 중국 ‘개혁개방 1번지’ 광둥성 선전 도심의 덩샤오핑 유화광장에는 그의 초상화와 글귀가 담긴 대형 유화가 세워져 있었다. 유화 속 덩샤오핑은 선전의 마천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덩샤오핑이 지휘하던 중국은 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천명하고 선전을 ‘1호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당시 선전은 인구 3만명에 불과한 작고 가난한 어촌이었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지금 선전은 중국 IT산업을 선도하는 첨단도시로 탈바꿈했다. 중국 시가총액 1위인 게임업체 텐센트와 스마트폰의 화웨이, 전기차의 비야디(BYD), 드론의 다장(DJI) 등 중국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선전에 있다.

선전은 ‘전기차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안에 시내 택시 2만여대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미 1만300대는 교체했다. 시내버스는 모두 전기차다.

23일 밤 비야디의 전기택시를 타봤다. 소음도 없고 승차감도 꽤 좋았다. 택시 기사에게 배기량을 물어보니 황당하다는 눈치였다. 그는 “전기차는 배기량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워낙 빨리 전기차를 도입하다보니 시내에 충전소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선전시는 2020년까지 3t 이하 소형 화물차도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내 전기택시와 전기버스는 모두 비야디가 만든 차량이다. 비야디는 선전에서 전기차 제조 노하우를 쌓은 뒤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다.

같은 날 방문한 텐센트 신사옥은 거대한 인공지능(AI) 실험장이었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과 메신저 큐큐(QQ),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이다. 신사옥 1층에 들어서니 인공지능 안내로봇 ‘샤오(小)T’가 보였다. 화장실 버튼을 누르니 위치를 표시하고 그쪽으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는 층수를 누르는 버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직원이 출입구에 카드를 대면 엘리베이터가 근무층에 자동으로 서는 시스템이다. 이 건물은 직원에게 최적의 주차공간을 알려주고 건물 내 모든 사람의 위치추적이 가능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안면인식 시스템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사옥 내에는 농구 탁구는 물론 암벽등반에 달리기까지 할 수 있는 길기 280m의 트랙도 있었다. 텐센트 직원 평균연령은 31세로, ‘젊은 회사’다.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은 7783만 위안(1억2600만원)으로 중국 기업 중 1위다.

덩샤오핑 동상이 있는 롄화산공원에 올라가보니 선전에서 가장 높은 118층(592m)의 핑안국제금융센터를 비롯해 수많은 고층빌딩 숲이 눈에 띄었다. 덩샤오핑 동상은 선전의 마천루와 홍콩을 바라보며 힘차게 걷는 모습이었다. 선전은 덩샤오핑의 도시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러나 선전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띄우기는 예외가 없었다. 선전 경제특구의 첫 삽을 뜬 서커우(蛇口)에는 지난해 12월 중국개혁개방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박물관에 들어서니 덩샤오핑이 아니라 시진핑의 글귀가 처음 눈에 띄었다. 입구에는 ‘개혁개방 40년간 과감한 용기와 개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시대를 좇아가는데서 시대를 이끄는 위대한 약진을 했다-시진핑’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초 이 자리에는 덩샤오핑이 과거 선전을 찾은 장면을 담은 조각품이 있었는데 지난 6월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사라졌다고 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시 주석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를 부각시키거나 덩샤오핑과 함께 배치한 사진도 보였다. 신중국 8대 원로 중 한 명인 시중쉰은 개혁개방 당시 광둥성 서기로 재임했기 때문에 선전 발전에 공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계 IT산업을 선도하는 선전에서도 ‘시진핑 띄우기’라는 극명한 부조화를 드러내 씁쓸했다.

선전=글·사진 노석철 베이징 특파원

s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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