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막판 추격에 나섰던 송영길 (사진)후보는 깜짝 2위를 했다. 김진표 후보는 3위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안정보다는 선명한 개혁성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해찬 대표의 출마 여부였다. 친노·친문계 좌장인 이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자 전당대회 구도는 크게 술렁거렸다. 선거 초반부터 형성된 대세론은 개표 결과로도 입증됐다. 이 대표는 25일 당대표 선거에서 42.88%를 득표하면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대의원(40.57%), 권리당원(45.79%), 일반당원(38.2%), 국민여론(44.04%)에서 모두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런 결과는 이 대표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7선 의원이자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유능하고 강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행정 경험과 정치적 존재감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는 평가다.
30.73%의 득표로 2위를 한 송 후보의 선전도 돋보였다. 송 후보는 당초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조차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사실상 최약체로 거론되던 송 후보가 일부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인사들의 지원을 받은 김 후보를 꺾은 것이다.
특히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36.3%를 득표하면서 이 대표(38.2%)를 바짝 추격했다. 송 후보가 주장한 세대교체론이 호남과 수도권 당원들의 표심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도 별다른 조직과 계파가 없는 송 후보의 득표율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탈락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비롯해 미래 정치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는 대의원(27.48%), 권리당원(25.54%), 일반당원(25.5%), 국민여론(25.37%)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해철 의원 등 일부 친문 핵심 의원들의 지원이 알려지면서 선거 막판 ‘2강 구도’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달랐다.
이는 김 후보 자체가 지닌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의 주류이자 민주화 운동 세력인 이 대표, 송 후보와 달리 김 후보는 경제 관료 출신이다. 정치적 성향도 중도로 분류된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도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경제 당대표론’을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원들이 경제 중심의 중도 정책보다는 선명한 개혁 노선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