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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메디시티’ 대구] 360년 약령시 명성, 첨단 의료도시로 거듭나다

전통의학과 첨단의료산업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구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대표 의료도시로 자리매김해왔다. 사진은 ‘메디시티 대구’를 이끄는 중심축인 대구 동구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의 모습이다. 대구시 제공
 
최운백 미래산업추진본부장


360년 전통을 갖고 있는 대구 약령시의 명성이 ‘메디시티 대구’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의학과 첨단의료산업이 조화를 이룬 우리나라 대표 의료도시로 진화 중이다. 국내를 넘어 국제 의료도시를 꿈꾸는 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봤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의료도시

대구의 의료 역사는 360년 전통의 약령시에서 출발한다. 대구 약령시는 조선시대 효종 임금의 명에 의해 설치된 3개 약령시 중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도 대구 중심지에 위치해 옛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대구에는 한방병원 860여곳과 한약진흥재단, 한의기술응용센터, 한방산업지원센터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이 활발히 한방 진료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미국 하버드대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손잡고 전국에서 가장 먼저 ‘양·한방 통합의료’ 연구를 시작했다.

서양의학의 역사도 오래됐다. 110여년전 설립된 동산의료원(1899년·제중원)과 경북대병원(1907년·동인의원)은 우리나라 초창기 병원으로 손꼽힌다. 대구는 이러한 병원들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서양 의술을 가장 먼저 펼친 현대 의학의 선도 지역이자 의료 인력의 산실이었다. 지금도 인근 지역을 포함해 7개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연간 7000여명의 의료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데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 전국 의료 인력의 약 20%가 대구에서 배출되고 있다. 현재 5개 대학병원을 비롯한 3500여개 의료기관에서 2만1000여명의 의료 인력이 의료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대구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공동 1위, 간호사 수는 전국 3위, 인구 10만명당 의료장비 수는 전국 3위로 의료도시의 위상을 자랑한다. 지역 거주환자가 자신의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의료서비스 이용률’도 91.5%로 17개 시·도 중 1위다.

현재 대구시는 5개 보건의료단체와 5개 대형병원 기관장들이 모여 만든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민간 병원 중심의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첨복재단) 등과 함께 메디시티 대구 조성에 나서고 있다.

대구는 ‘의료특별시’로 진화 중

대구시는 2009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유치를 계기로 메디시티 대구로 성장하고 있다. 첨복단지 안에 정부 핵심연구 지원시설인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의약생산센터를 비롯해 커뮤니케이션센터(대구시), 한국뇌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3D융합기술지원센터, 실험동물자원은행이 준공됐다. 또 현재 첨단의료유전체연구소와 첨단임상시험센터, K-Medical센터, 의료기술시험훈련원, 대구식약청(이전) 등이 유치 확정됐거나 건립 중이다. 산학연융합지구조성, 한국뇌연구원 2단계 사업 등도 신규로 추진할 예정이다.

첨복재단은 지난해 과제 수행규모가 핵심시설 구축완료 직후(2014년)보다 2배(220억원)나 늘었으며 치매와 고혈압, 당뇨, 빈혈 등 신약파이프라인 12건을 확보했다. 또 갑상선암 치료제와 백혈병 치료제의 기술이전으로 보유기술 사업화도 성공했으며 지혈용 거즈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센터별로 성과를 내고 있다. 비수도권이라는 불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기준으로 의료관련 기업 129곳을 첨복단지·의료 연구·개발(R&D)지구에 유치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팔이식(Hand-Transplantation)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국내 최초 팔이식 수술 1주년을 기념해 경과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팔이식 수술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70여건만 시행됐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의료 선진국 일본에서도 시행되지 못했다. 대구시 등은 법률이 정한 이식 대상 장기에 팔이 포함되지 않은 문제를 중앙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그 결과 바뀐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이 이달부터 시행됐다. 대구시는 법개정 후속조치로 팔이식수술 수가 및 면역억제제 보험급여 등재 등도 추진 중이다.

의료관광 1번지

의료관광을 대구시 차원에서 본격 추진한 2009년 2816명이던 해외환자 유치실적은 2015년 1만2988명에 달할 정도로 매년 30% 이상씩 성장했다. 2016년에는 비수도권 최초로 2만명(2만1100명)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사드 보복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2만1867명을 유치해 2년 연속 2만명 돌파(비수도권 1위)를 달성했다.

대구시는 현재까지 의료관광 주요 대상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캐나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필리핀, 몽골 8개 국가에 대구의료관광만 전담하는 17곳의 홍보센터를 구축했다.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과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또 외국인 환자들의 의료사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3000여개의 의료기관을 엄격하게 심사해 47개 병·의원을 의료관광 선도의료기관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의무적으로 의료사고책임보상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민간보험회사에 별도 책임보험을 가입하고 있다. 외국인환자 의료분쟁 보상시스템 마련을 위해 2014년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으로 구성된 ‘대구시의료분쟁조정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2016년 12월 문을 연 ‘대구의료관광창업지원센터’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전국 최초 의료서비스 분야 의료관광 창업보육센터로 지정됐으며 보건복지부 지방공항 한의약 홍보관 공모사업에 대구가 최초로 선정돼 지난해 대구공항에 한의학홍보관을 설치했다. 사드 사태 이후 의료관광객 유치국가 다변화, 해외 현지병원 진출 등에도 노력해 성과를 냈다.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에서 ‘메디시티 대구’ 브랜드가 2015년부터 4회 연속 대상을 수상할 만큼 대구 의료는 성과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 최운백 미래산업추진본부장
“난치성 질환 치료 ‘통합의료’ 중심될 것”


“전통과 첨단의 조화가 대구 의료의 강점이자 특징입니다.”

메디시티 대구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최운백(사진) 대구시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시 의료산업의 강점에 대해 “대구는 난치성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국형 통합의료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최 본부장은 “대구시는 360년 전통의 약령시를 비롯해 한약진흥재단과 한의기술응용센터, 한방산업지원센터, 대구한의대 등 한방산업의 중심지로서 인프라가 다양하다”며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한의신약개발, 한방제품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전인병원은 하버드대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함께 양·한방 통합의료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우리나라 최초 양·한방 통합의료를 표방하며 대구에 문을 연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은 표적난치성질환(폐암·간암·유방암·뇌졸중·당뇨합병증·일반 암 등)에 대한 양방과 한방, 보완대체의료 등을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연구병원이다.

최 본부장은 “2009년부터 난치성질환을 대상으로 통합의료 관련 임상연구와 전임상연구, 통합의료서비스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통합의료연구기술개발 특허 등록·출원이 44건에 이른다”며 “특히 한약탕제인 B탕(보증익기탕)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하는 신규 건강기능 식품원료로 신청하는 등 통합의료 발전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방 고유 처방의 효능을 입증한 연구를 통해 지역 전통 의료의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자랑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와 대구 약령시가 공동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 효능을 입증한 ‘자금정(紫金錠)’이 그것이다.

최 본부장은 “자금정은 한약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해독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대량 생산이 어렵고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연구를 통해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상용화의 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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