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명당→지킬 앤 하이드… 조승우에게 한계란 없다

분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배우 조승우. 사진은 대학병원 사장 역으로 출연 중인 드라마 ‘라이프’의 극 중 모습. JTBC 제공
 
천재 지관으로 변신한 영화 ‘명당’의 조승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사실상 1인2역을 소화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 오디컴퍼니 제공


조승우(38)는 본래 다작(多作)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간간이 영화나 드라마를 한 편씩 선보이는 정도였다. 한데 최근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까지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식상하지 않다는 것. 그의 연기에는 늘 새롭고 신선하다는 찬사가 뒤따른다.

최근 그에 대해 다룬 기사들에서 이런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승우가 곧 장르다.” 조승우가 출연함으로써 해당 작품의 결이 결정된다는 얘기인데, 단순한 홍보 문구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내용이 너무 타당하게 느껴진다. 매 작품마다 조승우는 그저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감을 발산한다.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은 ‘라이프’(JTBC)다. 매주 월·화요일 방영 중인 이 드라마에서 조승우는 수익을 우선시하는 대학병원 사장 구승효 역을 소화하고 있다. 냉철한 성격이지만 상식적인 수준의 윤리 의식과 인간미를 갖춘 인물.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인데, 조승우는 그 복잡한 감정선을 예리하고도 촘촘하게 그려낸다.

다음 달 19일 개봉하는 영화 ‘명당’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그는 땅의 기운을 가려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지관 박재상을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박희곤 감독은 “조승우는 작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졌다. 연기력은 물론 상대 배우와 어울려 합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전문가들 또한 배역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내는 조승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기 스펙트럼이 좁은 배우들의 경우 연기를 하면서도 극중 캐릭터가 아닌 배우 본인의 모습을 보이는데 조승우에게는 ‘조승우 표 연기’라는 게 없다”며 “조승우는 작품마다 배역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항상 새롭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작품 안에서 조승우는 결코 혼자 튀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 포지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몫을 해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어 “조승우는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등 매체를 아우르며 균형감을 유지한다. 이렇게 집착이나 욕심 없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가 꾸준히 사랑받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11월에는 뮤지컬 무대에 선다. 2004년 초연부터 네 시즌을 함께해 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다시 합류했다. 1886년 출간된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조승우는 주인공 지킬 역을 맡아 선과 악의 상반된 인격을 표현한다. 그의 출연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티켓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뮤지컬계에서 조승우는 범접하기 힘든 인기를 자랑하는 캐스팅 0순위 스타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스타 마케팅으로 시장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그 시초가 바로 조승우였다”며 “특히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스타로서의 파급력을 여실히 증명해냈다”고 설명했다.

전 분야를 아우르는 조승우의 활약은 오랜 무대 경험에서 쌓인 내공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 평론가는 “조승우는 굉장히 영리한 배우다. 무대 위에서 자신이 어떤 표정과 몸짓을 했을 때 관객이 흥분하고 감동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며 “영상예술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다. 무대에서 얻은 경험과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토대로 지금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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