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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근본 치료법 ‘돼지→인간 췌도이식’ 이르면 연내 시도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도록 개량된 무균 미니 돼지의 췌도(膵島)를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해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임상시험이 이르면 올해 말 국내에서 처음 시도될 전망이다.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은 턱없이 부족한 장기 기증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관련 법·제도가 미비해 국가 차원의 규제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서울대 등 5개 연구기관 참여)은 23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박정규(서울대 의대 교수) 사업단장은 “연말이나 내년 초 중증의 1형 당뇨병 환자 2명을 선정해 무균 돼지의 췌도를 직접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면서 “다음 달 기관임상시험위원회(IRB)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췌도는 위의 뒤편 깊숙이 위치한 췌장 안에서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조직이다. 1형 당뇨병은 이 췌도가 완전히 망가져 인슐린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생명 유지가 가능하다. 췌도의 경우 뇌사자나 살아있는 사람의 것을 기증받기가 다른 장기에 비해 어렵다.

이 때문에 무균 미니 돼지로부터 췌도를 확보해 이식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일반 돼지의 3분의 1 크기로 개량된 미니 돼지는 임신 기간이 114일로 짧은 데다 한 배에 5∼12마리를 출산해 장기 확보가 어렵지 않다.

췌도 이식은 돼지의 췌장을 떼어낸 뒤 그 안에서 분리한 췌도를 동물(사람)의 간문맥(위장과 간 사이 혈관)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식된 췌도는 모세혈관들에 생착돼 인슐린을 분비한다.

사업단은 2015년 돼지 췌도를 영장류인 당뇨병 원숭이에게 이식해 3년 가까이(960일) 정상 혈당을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6월 임상적용 가능한 면역억제기술(장기 이식 시 면역 거부 반응 해결)을 개발해 임상시험 국제 가이드라인도 충족했다.

문제는 이종 이식 관련 법령과 제도가 국내에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의대 권복규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가기관의 관리 아래 투명하고 안전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규제가 미흡하고 관리·감독할 부처도 지정되지 않아 임상시험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이종 이식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이 3차례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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