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소금은 신뢰의 상징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가나안 사람들은 인류 최초로 먼 바다 교역을 개척한 이들이다. 레바논 산맥의 삼나무를 뗏목으로 만들어 이를 끌고 가서 이집트에 팔고, 대신 이집트 소금호수의 조염을 들여와 이를 정제해서 소금이 안 나는 지중해 지역에 팔았다. 조염은 호수 밑바닥에 생긴 소금덩어리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이를 가져와 다시 끓는 물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한 뒤 깨끗한 정제 소금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은 당대 최초이자 최고였다.

지중해 연안은 대부분 깎아지른 절벽이 대부분이어서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갯벌이 거의 없었다. 또 북부 지역은 대체적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더더욱 소금 생산이 어려웠다. 이렇게 소금은 지중해 연안에서 매우 귀했던지라 다른 민족에게 비싼 값에 팔렸고, 특히 소금 산지에서 멀리 갈수록 그리고 비가 많아 소금을 생산하지 못하는 곳일수록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 장거리 교역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소금은 페니키아의 대표적인 국제무역상품이 되어 가나안 사람들은 소금으로 먼 거리 해상교역을 일구어냈다.

고대 유럽에서 소금은 신뢰의 상징이었다. 소금이 물건의 부패를 방지하고 변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하여 고대인은 소금을 우정·성실·맹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성서의 ‘소금의 맹세’는 이런 데서 유래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소금으로 조리한 음식을 대접하며 그 앞에 소금 그릇을 놓아 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 가운데 배신자 유다는 돈 주머니를 움켜쥐고 그 앞에 소금 그릇이 엎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다가 그리스도와의 약속을 어기고 배신하게 되리란 걸 엎어져 있는 소금으로 상징한 것이다.

소금은 기독교에서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과의 불변의 약속을 상징해 세례 때 소금을 썼던 적도 있다. 구약성서 ‘민수기’는 신과 사람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거룩한 인연을 ‘소금의 계약’이라고 표현했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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