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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곧 터진다” 하얗게 질린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러시아 스캔들’이 2년 넘게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몸통인 트럼프 대통령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미 뮬러 특검의 과녁 안에 들어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뮬러 특검팀을 ‘갱(gang)’으로 부르고, 그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범죄 혐의가 있다. 하나는 해킹을 포함해 러시아가 실제 저지른 범법 행위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특검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법 방해’ 의혹이다. 아직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가 입증되면 탄핵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스캔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인 탓이다.

미 정보기관 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대선 6개월 전 내놓은 발언은 ‘러시아 스캔들’의 전주곡이었다. 그는 2016년 5월 18일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주자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의 일부 징후를 감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길한 전망이 현실화되는 데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 언론은 6월 14일 러시아 정부 소속 해커들이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전산망에 침투해 대선 관련 자료들을 빼내갔다고 보도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잡아뗐다.

위키리크스는 7월 22일 민주당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9252건을 웹사이트에 전격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은 DNC 지도부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당내 경선을 편파적으로 이끌었다는 의혹을 담았다. 힐러리 후보 측은 러시아가 ‘민주당 망신주기’를 통해 트럼프를 돕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FBI는 7월 25일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에스컬레이팅 과정을 거치면서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일리노이주 등 20여개주 선거관리위원회까지 해커 공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미 국토안보부와 DNI는 10월 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 정부가 이메일 해킹을 지시했다고 확신한다”며 “이는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쇠 전략’으로 대선을 돌파했다.

러시아 스캔들에는 두 명의 조연이 등장한다. 으뜸 조연은 트럼프 대통령의 은인이었다가 나중에 원수가 되는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이다. 코미가 이끄는 FBI는 대선을 11일 앞둔 10월 28일 힐러리 후보의 최대 약점이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착수했다. 연방기록법에 따라 미국 장관들은 사적인 이메일 계정을 쓰지 못하고 해당 부처의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야 하는데, 힐러리 후보는 국무부 장관 시절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FBI로부터 1년 넘게 수사를 받았었다. 그런데 코미 FBI 국장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대선 판도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대선 이틀 전인 11월 6일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힐러리 후보는 “FBI의 재수사가 대선 패배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러시아 스캔들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족들이 먼저 유탄을 맞았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접촉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렸던 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했던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도 러시아 스캔들 수사망에 걸렸다.

특히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 3월 20일 “러시아 스캔들을 계속 수사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기를 건드린 코미 국장을 두 달 뒤 전격 해임했다. 코미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특검 요구가 불붙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5월 17일 FBI 국장을 12년 지낸 뮬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쫓겨난 코미는 6월 8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 난 그의 요청을 명령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을 폭로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코미의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를 입증시킬 중요한 증거가 됐다.

두 번째 조연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다. ‘트럼프의 해결사’로 불렸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을 제기하는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고 형량을 줄이는 ‘플리바게닝’을 택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연방정부 후보자의 지시로 움직였다”고 폭로했다. 대선 기간이던 2016년 6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사위 등이 뉴욕 트럼프타워 25층에서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후보에게 타격을 주는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을 언론에 전한 인물도 코언이었다. 이 폭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사위가 뮬러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관문은 뮬러 특검의 트럼프 대면조사 여부다. 하지만 실제 대면조사가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뮬러 특검이 언제까지 수사를 이어갈지도 미지수다. 수사가 권력의 정점을 향해 간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주변부만 때리는 솜방망이 수사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CNN방송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대신 의회에 탄핵을 건의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거 이후에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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