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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 2명 나란히 유죄… 트럼프 ‘최악의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의 시민회관에서 패트릭 모리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채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와 러시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결사(fixer)’는 유죄를 시인했고, 같은 날 ‘전 선거대책본부장’은 유죄 평결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낸 마이클 코언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시절 성추문 의혹을 막기 위해 2명의 여성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 21일(현지시간)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게닝’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폴 매너포트는 1심 재판에서 세금·금융사기 등 8건의 혐의에 대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언론은 최측근 2명에 대해 유죄가 결정된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악의 날”이자 “재앙의 날”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들의 혐의는 다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스캔들’(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공모 의혹)과 이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 측근은 매너포트보다 코언이다. 코언은 뉴욕연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유죄입니다. 판사님”이라는 말을 여덟 번이나 했다.

특히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연방정부 후보자의 지시와 조정으로 움직였다”며 “이 일에 가담한 주된 목적은 성추문 얘기들의 확산을 막아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10년 이상 지내 ‘트럼프의 해결사’로 불렸던 코언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한때 모셨던 보스를 벼랑으로 모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이번 공판에서 5건의 탈세, 1건의 금융사기, 2건의 선거자금법 위반을 시인한 코언은 최대 65년형을 받을 뻔했다. 그러나 검찰과 ‘플리바게닝’에 합의한 대가로 형량은 46∼63개월로 줄어들 전망이다. 코언은 대선 한 달 전인 2016년 10월 트럼프 후보와의 성관계를 주장하는 성인영화 배우에게 13만 달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 폭탄 발언이 끝이 아니라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있다. 코언의 변호사 래니 데이비스는 “코언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기쁜 마음으로 그와 그 정보를 나눌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특히 데이비스는 “코언의 정보 중에는 컴퓨터 해킹 범죄도 포함돼 있다”고 말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정보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매너포트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배심원단으로부터 최대 8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는 모두 18개 혐의로 기소됐는데, 나머지 10개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합의가 나오지 않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의 ‘1호 기소’ 인물이다. 매너포트의 혐의는 러시아 스캔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이들 중 일부는 뮬러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누군가 좋은 변호사를 찾고 있다면 코언과는 일하지 않기를 강력히 제안한다”며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너포트는 코언과는 달리 거래를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지 않았다. 용감한 그를 존경한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불이 붙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진상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나 기소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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