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수 짊어진 4인방 “극한의 매력에 반했죠”

한국 우슈 대표팀의 이하성 서희주 조승재 이용문(왼쪽부터)이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엑스포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동료들의 태극권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우슈의 강렬하고 화려한 매력을 계속 전달하고 싶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친 한국 우슈의 20대 ‘청년고수’ 4명이 22일 국민일보를 만났다.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한 이하성(24)과 서희주(25), 메달을 목에 건 조승재(28)와 이용문(23)이었다.

이들은 동료들의 태극권을 응원하기 위해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홀을 찾았다. 지난 20일 경기 시작 5분 전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펑펑 울며 출전을 포기한 서희주는 목발에 의지한 모습이었다. 한국 우슈의 미래를 짊어진 이들은 “앞으로 더욱 노력해 우슈의 매력을 더욱 많이 아시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메달을 얻진 못한 만큼 4명은 경기 뒤 조금씩 다른 시간을 보냈다. 착지 실수로 메달을 놓친 이하성은 “시합 중의 생각과 감정이 계속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서희주는 “다친 직후에는 시합에 나가고 싶어 통증도 못 느꼈다. 경기장에 와서 다른 선수가 뛰는 걸 보면 아직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도술·곤술에서 은메달을 딴 조승재는 “은메달도 소중하지만,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시합할 때 여유를 찾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했다. 반면 남권·남곤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용문은 “최선을 다했다. 그에 맞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용문은 동료들을 응원하며 기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4명을 우슈의 길로 이끈 사람은 부모님, 그리고 무협영화의 주인공들이었다. 서희주의 아버지는 우슈 체육관장이었고, 이용문의 아버지는 쿵푸를 했다. 서희주는 “우슈를 배우고 싶다 하자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며 혹독하게 가르쳐 주셨다”고 익살스레 말했다. 조승재는 “초등학생 때 리 샤오룽(이소룡)의 비디오를 본 뒤 무술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침대에서 덤블링을 하다 우슈 체육관에 보내졌다는 이하성은 “아버지께서 청룽(성룡)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우슈의 고수인 이들은 역설적으로 “우슈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승재는 “항상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한다”고 했다. 그 어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하성은 “어려운 동작을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문은 “남권은 중간중간 기합을 지르는데,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된다”고 말했다.

관중은 화려한 잠깐의 연기만 본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자기관리의 노력이 있다. 몸이 무거우면 부상이 찾아오기 때문에, 선수들은 야식은 물론 밀가루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조승재는 “우슈란 훈련부터 극한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부상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서희주는 “살이 조금이라도 쪘다고 느끼면 무조건 러닝머신을 달린다”고 말했다.

4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슈에 쏟아진 관심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서희주는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출전조차 못해 죄송하기만 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용문은 “열심히 노력하면 알아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