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 화물트럭이 승용차보다 먼저 연다

운전자가 현대자동차의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 엑시언트에 탑승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운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글로비스가 중국으로 수출할 차량 부품을 실은 자율주행 차량이 경기도 의왕∼인천 구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물류 분야에서 자율주행 기술 연구와 기업 간 투자가 활발하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자율주행차 시대의 첫 주자가 화물트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승용차 운전과 비교했을 때 물류 운송 분야는 구간이 단조롭고 반복적이어서 변수가 적고,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트럭으로 의왕∼인천 구간 약 40㎞ 거리의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트레일러가 연결된 대형트럭이 국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의 기술 시연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트레일러가 연결된 최대중량 40t급 엑시언트 자율주행차 1대로 진행했다. 자율주행 기술 3단계는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동적으로 계획된 경로를 따르고 장애물을 회피하지만 특정 위험에 대해서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단계다. 현대차는 물류산업 영역에서 자율주행 트럭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협업했다.

자율주행 대형트럭의 상용화는 물류산업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제로 자율주행 화물트럭이 상용화되면 교통사고율을 현저히 낮출 뿐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운송이 가능해져 운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 시스템은 최적의 속도와 가속력을 유지하도록 설정돼 있어 장거리 운송 원가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연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외부 사물을 인식하는 자율주행 분야 핵심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최근 포스텍 졸업생들이 모여 설립한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5%를 확보했다. 이번 지분 투자의 목적은 안전한 자율주행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카메라 인식 기술을 공동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카메라 영상에 잡히는 차량의 이동패턴과 보행자의 자세 등을 읽어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카메라영상 인식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 센서 분야 기술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5월 ‘모비스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나온 첫 가시적 성과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가 그룹 내 미래기술 중심회사로서 다른 계열사를 견인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분야 등에서 4, 5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분야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며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분야의 경쟁력 있는 전문업체들과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전문회사로 거듭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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