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빛나는 디바 휘트니 휴스턴, 그가 품었던 어둠 [리뷰]

휘트니 휴스턴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의 한 장면. 화려한 가창력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킨 휘트니 휴스턴에게는 ‘더 보이스(The voice)’라는 칭호가 붙여졌다. 판씨네마 제공
 
영화 ‘휘트니’에 담긴 휘트니 휴스턴의 여러 모습들. 판씨네마 제공


“모든 가수들이 꿈꾸는 가수.”(비욘세) “언제나 내게 가장 위대한 사람.”(레이디 가가) “세상을 빛낸 가장 위대한 목소리.”(머라이어 캐리) 미국 팝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한입으로 쏟아내는 존경과 찬사. ‘세기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은 여전히 찬란하게 기억되고 있다.

그가 남긴 위대한 기록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누적 음반 판매량 1억7000만장. 팝 역사상 최초의 7곡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415회)을 수상한 여성 아티스트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음반업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은 무려 6회나 거머쥐었다.

굳이 수치를 들지 않아도 좋다. 음악으로 그에 관한 모든 설명이 갈음된다. 그가 주연한 영화 ‘보디가드’(1992)에서 직접 부른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는 어떠한가. 영화를 보지 않았을지언정 “앤드 아이(And I)∼”로 시작하는 이 곡의 후렴구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드물 테다.

그런 휘트니 휴스턴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전 세계를 충격과 비통에 빠뜨렸다. 그래미 전야 파티 공연을 하루 앞둔 2012년 2월 11일이었다. 그는 투숙 중이던 호텔의 욕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접적인 사인은 익사였으나 그 배경으로 ‘약물 과다복용’이 거론됐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휘트니 휴스턴 삶의 이면을 종으로 횡으로 훑어낸다. ‘니피(nippy)’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교회 성가대에서 해맑게 노래하던 유년기부터 빼어난 가창력으로 명성을 얻고 난공불락의 인기를 누리던 전성기, 과도한 성공이 독이 되어 지독한 고립감에 시달리던 정체기, 마약에 손을 대다 결국 추락한 쇠락기까지.

영화는 가족 친구 동료 등 30여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휘트니 휴스턴의 삶을 되짚는다. 수천여개의 방대한 영상 자료도 활용됐다. 1991년 아프리카계 미국 여가수로는 처음 선 슈퍼볼 국가 제창 무대나 94년 인종차별 정책이 철폐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한 공연 실황 같은 귀한 장면들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는 듬성듬성 건너뛰어지지만,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시대 변화를 이끈 휘트니 휴스턴의 상징적 가치만큼은 충실히 담겨 있다. 연출은 ‘원 데이 인 셉템버’(1999)로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 맡았다.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초청작. 120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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