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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96년 출생 밀레니얼 세대, 경제 중심에 서다




# 워킹맘 황모(35)씨는 퇴근 후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 휴대전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쇼핑을 해결한다. 기저귀나 분유 같은 육아용품은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신선식품은 모바일 마켓인 마켓컬리에서 산다. 황씨는 “출근 전에 식재료들이 배달 오니 따로 마트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 직장인 김모(31)씨는 ‘핀테크(정보기술을 융합한 금융서비스) 스타트업’인 레이니스트가 개발한 뱅크샐러드 앱을 즐겨 쓴다. 뱅크샐러드에서는 예·적금 현황뿐 아니라 카드 소비내역 패턴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은행 송금은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사용한다. 김씨는 “딱히 은행이 제공하는 앱을 쓸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밀레니얼 모멘트(millennial moment)’가 온다. 1981∼96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지배적인 세대로 올라서고 있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46∼64년생)와 X세대(65∼80년생) 이후 새로운 경제·사회적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 밀레니얼 세대 규모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18억명에 이른다. 세대별 인구 비중으로 봐도 베이비붐 세대가 15%, X세대가 20%, 밀레니얼 세대가 25%다. 시장조사기관인 월드데이터랩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력은 2020년 이후 X세대를 뛰어넘어 지속상승할 전망이다. 이들은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로 노동시장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글로벌 소비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기존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불신하다 못해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 때문에 전 세계 기업들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는 ‘나를 위한 소비’ ‘맞춤형 소비’로 대표된다.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 때문에 생겨난 ‘나 홀로 소비’도 특징이다.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 ‘혼행(혼자 가는 여행)’ 등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데이트 앱업체 모모와 숙박 예약업체 샤오주가 직장인 1만명을 조사한 결과 61.5%는 평소 고독감을 느끼고 혼자 영화를 보거나 스마트폰 게임, 혼술, 운동 등을 즐긴다고 답했다. 중국의 ‘미니 노래방’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억 위안(5400억원)에 달했다. 올해 70억 위안(1조2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 대기업 브랜드 상품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개성 넘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11∼2016년 미국 식품·화장품 분야 대기업들은 중소형 브랜드 제품에 220억 달러(약 25조원)의 매출을 빼앗겼을 정도다. 핀테크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시중은행 창구도 거의 찾지 않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재완 수석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행태는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밀레니얼 세대가 유기농(organic) 수공예(craft) 브랜드 등을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와튼스쿨 키스 니더마이어 교수는 “이들은 정부와 대기업에 회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서비스(SNS)와 같은 파편화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비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점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SNS업체인 인스타그램은 지난 5월 한국에서 쇼핑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 SNS에 올려진 사진 속 상품을 터치하면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식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정리하고 온라인으로 유통채널을 한정하는 패션업체들도 늘고 있다.

아시아시장의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 소비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86%가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출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 인구는 3억5100만명으로 미국 인구(3억2900만명)보다 많다.

하지만 ‘당장 내 행복을 위해 소비한다’는 욜로(YOLO) 뒤편엔 주거 불안, 소득 감소 등 우울한 그림자도 자리 잡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학자금 대출, 대출 규제, 집값 상승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일자리와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보다 덜 벌고 있고, 내 집 마련도 어렵다는 진단이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은 영국 등 8개국을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이 과거 X세대의 같은 연령대에서 벌었던 것보다 평균 4% 적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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