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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 큰불… 근로자 9명 숨져

21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남동공단 내 세일전자 건물에서 한 근로자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창문으로 얼굴을 내민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 남동공단의 전자회로기판 제조 회사인 세일전자에서 불이 나 공장 근로자 김모(51·여)씨 등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3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전자제품 제조 회사인 세일전자 건물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대원 140여명과 펌프차, 구급차 등 장비 60여대를 투입해 2시간여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하지만 이날 불로 4층에서 근무하던 김씨 등 여성 근로자 6명과 김모(38)씨 등 남성 근로자 3명이 숨졌다. 6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화재는 4층에 근무하던 직원이 소방 당국에 신고했다. 신고자와 목격자들은 “4층 식당과 회로기판 검사룸 사이 천장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사망자 9명 중 7명의 시신은 불이 난 4층에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불길을 잡은 뒤 내부를 수색하던 중 이들을 발견했다.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원 5명은 화재 발생 직후 4층 창문 쪽에 머리를 내밀고 구조를 기다렸지만 유독가스가 덮치자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정문 반대쪽 1층으로 뛰어내렸다. 5명 중 여성 근로자 2명은 숨졌고 나머지 3명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선발대가 4분 만에 도착했지만 그 전에 건물에서 뛰어내린 근로자들이 있었다”며 “불이 급속도로 번져 미처 대피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낮에 발생한 화재였지만 불길과 시커먼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건물 내부로 번져 인명피해가 컸다. 당시 4층에서 일하던 근로자 20여명 중 일부는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상당수 근로자는 대피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게 소방 당국의 분석이다.

사망자 5명의 장례식장이 마련된 인천 길병원엔 곳곳에 유족과 지인들이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출입문 앞에 쭈그려 앉아 “3시40분 넘어 전화가 왔는데 ‘나 갇혔는데 죽을 것 같아’라고 한 뒤 전화가 안 돼. 우리 ‘강아지’가 거기 가서 죽어왔어”라며 울먹였다. 그는 “오늘 아침에 밥도 못 먹여 보냈는데…, 낮까지만 해도 ‘차 계약 한다’고 좋다며 통화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고로 딸(34)을 잃은 이모(59)씨는 “사고는 있을 수 있고 못 살린 것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물어보면 나중에 알려준다는 소리만 했다. 사망자 확인도 직접 가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동생을 잃은 김모씨는 “이렇게 우리가 알아서 분향소를 설치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회사에서 잘못했다고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동생이 이 회사에서만 30년을 일했다”고 말했다. 엄마를 잃은 딸은 충혈된 눈으로 “거의 평생을 일했어요. 엄마는…”이라고 울먹이며 분향소로 들어갔다.

인천=정창교 권중혁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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