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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못 올리자… 외국인 유학생 받아 대체 수입





지난해 2학기 복학한 대학생 이모(24)씨는 달라진 캠퍼스 분위기에 놀랐다. 군대에 가기 전에 비해 외국인 학생이 훨씬 많아져 있었다. 이씨는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예전에는 외국인 학생 몇 명이 끼어 있었다면 이제는 외국인 팀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사립대에 외국인 유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학의 세계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일부 수준 미달의 유학생 탓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혐오 현상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대체 수입원으로 여길 뿐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대학정보 공시 포털 ‘대학알리미’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보면 한국외대의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2015년 1042명에서 지난해 2274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숭실대도 495명에서 1003명으로 102.6% 증가했다. 고려대(78.0%), 중앙대(52.7%), 성균관대(47.7%), 홍익대(43.7%)도 가파른 외국인 유학생 증가율을 보였다.

외국인 유학생 급증은 최근 등록금 동결·인하에 따른 대학의 재정 확보 시도로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대학들이 수년간 여론과 정부 정책에 막혀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자 유학생 유치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마다 6%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주춤하고 있다.

문제는 각 대학이 유치한 유학생 중 일부의 수학 능력이 수준 이하라는 점이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유학생 탓에 조별과제 수행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숭실대생 전모(26)씨는 “외국인 유학생 3명과 조별과제를 한 적이 있는데 기초적인 PPT(파워포인트·프레젠테이션용 프로그램) 제작이나 자료조사도 못했다”며 “1학년 때야 그나마 비슷할지 모르지만 고학년이 됐을 때 외국인이 끼면 신입생과 과제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대학원생 신모(24)씨는 “외국인 유학생과 조별과제를 했는데 말도 제대로 못해서 힘들었다”며 “어떻게 학교에 다니는지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 한 사립대 외국인기숙사 경비원은 “요즘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학생들도 많이 온다”며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아 의사소통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고파스(고려대) 중앙인(중앙대) 등 대학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밤늦게 복도에서 시끄럽게 하고 휴게실에서 전세 내는 외국인들 때문에 짜증났다” “외국인은 규칙을 어겨도 다 오케이 해주고 재학생은 ‘얄짤없다’(봐주지 않는다)” “열람실에서 속닥속닥 떠드는 커플은 꼭 외국인이다” 등이다.

한 게시글에는 ‘착짱죽짱’(‘착한 짱X는 죽은 짱X밖에 없다’를 줄인 말)이라는 외국인 혐오성 표현이 쓰였다. 중국인을 비하하는 ‘짱X’라는 단어를 악용한 조어다.

대학 교수들은 유학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의 부담을 외국인 유학생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학교는 국제교육원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노력하고 있지만, 더 많은 자원이나 인력을 배치해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원 외’인 외국인 유학생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학생들 중에는 수업을 못 따라오는 경우도 많은데, 장기적으로는 학교 명성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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