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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10명 중 8명 “부모 의료비 때문에 가계 소득 감소”



공무원 A씨(49)는 어머니 치료비를 마련하는 데 큰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어머니의 진료비 1500만원을 A씨가 모두 짊어졌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치료비 7000만원 중 절반을 낸 B씨(48)도 의료비 부담이 힘겨웠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보험금이나 금융자산 활용 없이 치료비를 마련해야 했다.

부모의 의료비를 지원한 자녀 10명 중 8명은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자녀가 노후 의료비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그쳤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0일 ‘고령자 의료소비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최근 5년 내 65세 이상인 부모의 의료비를 지원한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면접 조사했다. 고령인 부모의 투병기간은 평균 6.1년, 들어간 의료비는 총 3228만원이었다. 의료비 가운데 절반가량(47%)은 자녀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적금 등 금융자산이나 보험금을 활용했다는 대답은 각각 11%, 18%에 그쳤다.

이에 따라 부모 의료비를 지원하는 자녀의 82%는 가계 소득 감소를 겪어야 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치료비를 내기 위해 모아 둔 금융자산을 활용하거나(46%), 생활비를 아껴야 했던 것(26%)으로 조사됐다. 의료비 때문에 빚을 진 사례도 10%나 됐다.

설문에 참여한 자녀 중 절대 다수(95%)는 노후 의료비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은 48%에 불과했다. 이들은 노후 의료비를 준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의료비 중 일부를 보상하는 실손의료보험(46%), 투병 시 생활비를 보장하는 암·CI보험(28%)을 꼽았다. CI(중대질병)보험은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다. 민간보험을 활용해 노후 의료비를 대비하려는 이유로는 공적 건강보험의 부족함(58%)을 주로 지적했다.

조명기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 의료비 때문에 부모 세대는 물론 자녀의 가계 재정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이번 설문조사로 확인됐다”며 “투병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해 치료비뿐만 아니라 간접비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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