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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농사 짓던 농부, 러 국가장학생 됐다

박세복 충북 영동군수가 20일 군청을 방문한 러시아 유학생 공근식씨(오른쪽)를 격려하며 악수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수박농사를 짓던 만학도가 러시아 유학길에 올라 갖은 고생을 한 끝에 러시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주인공은 충북 영동 출신으로 2016년 모스크바물리기술대를 수석 졸업한 공근식(48)씨다.

공씨는 러시아 정부 장학생으로 뽑혀 박사과정 4년 동안의 모든 학비를 면제받게 됐다. 박사과정 외국인 학생 중 러시아 정부 장학생으로 뽑힌 이는 공씨와 이집트 유학생 단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동에서 20여년간 수박농사를 짓던 공씨는 2002년 태풍 ‘루사’로 그동안 가꿔온 터전을 송두리째 날린 뒤 고민 끝에 농사 대신 공부를 택했다.

대전에 있는 야간학교에서 3년 동안 공부해 고졸 검정고시로 대학입학 자격을 따냈고 서른넷 나이로 배재대 전산전자물리학과에 입학했다. 공씨는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 교수를 통해 러시아 유학을 결심, 2010년 물리학 분야 유명 대학인 모스크바물리기술대 항공공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공씨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러시아에서도 수재들만 모인다는 대학에서 수석 졸업이란 영예를 안았다.

그는 대학 수석 졸업과 동시에 러시아 항공우주 전문 잡지인 ‘자유로운 비행’의 2016년 5월호 표지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모스크바 일간지인 주콥스키에 비스치도 그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만학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실제 영동지역 고등학생 2명도 공씨의 도움으로 러시아 유학길에 올랐다.

그의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가 알려지면서 지역에서 공씨는 근면과 성실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영동군민장학회는 그의 공부를 돕기 위해 2016년 10월 360만원의 특별 장학금을 선뜻 내줬고 심천면체육회와 마을회도 100만원씩 학자금을 내놨다.

공씨는 20일 기자에게 “농사만 알던 시골 노총각에게 뒤늦게 배움의 기회를 준 많은 분들이 고마워 군청에 감사 인사를 가게 됐다”며 “러시아 유학 생활이 여전히 힘들지만 주변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나이가 많은 만큼 교수나 항공학자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박사학위를 받은 뒤 봉사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전했다. 공씨는 이달 말까지 고향 집에 머문 뒤 다음 달 10일 러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영동=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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