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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춘기? 청소년 정신건강 심각



초·중·고교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고생 17.6%가 자살을 생각하는 등 정신건강 문제를 적지 않게 안고 있지만 전문가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은 10명 가운데 2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에 한 번씩 소아·청소년 대상 전국 단위 정신건강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팀은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제주대병원과 함께 2016년 9월∼2017년 12월 서울과 경기 고양, 대구, 제주 등 4개 권역의 초·중·고생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유병률 및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여러 권역에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역학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적대적 반항장애’ 유병률이 5.7%로 가장 높았다. 특정 공포증(5.3%)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3.1%) 틱장애(2.6%) 분리불안장애(2.3%) 우울장애(1.2%) 사회공포증(1%)이 뒤를 이었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가족이나 교사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적대적 행동이나 반항적 태도를 6개월 이상 보이는 질환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어른이 돼 범죄와 연관될 수 있는 분노조절장애나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중·고생 대상 설문에선 17.6%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3.7%는 자살 의도를 가졌고, 5.8%는 의도는 없지만 자해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지만 전체 조사 대상자의 17%만이 전문가 도움을 요청했으며 치료 경험은 6%에 그쳤다.

김 교수는 “집단 따돌림(왕따)이나 학교 폭력 같은 또래 집단 내 문제,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등이 아이들의 우울과 불안을 부추기고 정신질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에 소아·청소년 대상 전국 규모 정신건강 역학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 발달과 변화 폭은 더 빠르고 큰 만큼, 5년마다 실시하는 성인보다 역학 조사 간격을 좁혀 최소 3년에 한 번씩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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