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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혼 때문에 사라지는 파키스탄 출신 영국 유학생

영국에서는 조혼(早婚)을 강제하는 악습이 남은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이 매년 여름방학과 함께 사라진다. 부모가 방학을 틈타 자식을 모국에 데려가 강제로 결혼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여름방학이 끝나는 9월이면 수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9일(현지시간) 강제결혼 근절을 위한 시민단체 카르마너바나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영국 내에서 150건의 강제결혼 사례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2015년 같은 기간인 99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자스빈더 상헤라 카르마너바나 대표는 “올해도 여름휴가가 끝나는 9월이면 수천명의 소녀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며, 교육이 중단된 그들 중 다수는 범죄(강제결혼)에 희생된 후 빈곤의 굴레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조혼을 강제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반면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이 악습이 남아있다. 영국 정부는 자국에 머무는 이민자들이 자식에게 조혼을 강제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외무부 산하 강제결혼팀(FMU)이 발표한 상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강제결혼 관련 상담자의 국적은 파키스탄이 36.7%(439명)로 가장 많았다. 방글라데시(10.8%)와 소말리아(7.6%) 등 이슬람권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밖에 인도와 집시들을 중심으로 조혼 악습이 남은 루마니아 등 90여개 국가 출신 이민자의 상담사례가 보고됐다.

강제결혼은 특히 여름휴가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교사들도 방학 동안에는 학생을 보호할 수 없는 데다 학부모들이 “고향에 들른 김에 쉬고 있다”고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와 사회복지사는 강제결혼을 문화적 차이라고 이해해 개입을 꺼리기도 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우선 교사들에게 상황에 맞는 대처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런던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결혼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으며, 여름방학 동안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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