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아래 아내의 간절한 응원

사진=뉴시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자유형 경기가 펼쳐진 지난 19일(한국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선수들이 기합을 내뱉는 매트 아래에서 한 여성이 두 손을 꼭 모으고 있었다. 그는 좀체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기도하듯 뭔가를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그는 자유형 97㎏급에 출전한 김재강(사진)의 아내 노주희씨였다. 0-2로 끌려가던 8강전 막판 김재강이 동점을 만드는 공격을 성공시키자, 노씨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좋아했다. 김재강이 3대 2로 대역전승을 거두자 노씨는 박수를 쳤다. 포토라인까지 걸어가 몸을 기울여 남편에게 손을 뻗었다. 김재강이 씩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노씨는 김재강의 준결승전이 벌어질 때에도 관중석에서 매트 가까이로 내려왔다. 상대 선수의 소극적 플레이 판정과 함께 1-0으로 앞서던 김재강은 자신도 똑같은 지적을 받아 동점을 허용, 아쉽게 패했다. 소극적 플레이 판정으로 만들어진 포인트가 동점일 경우, 나중에 포인트를 얻은 선수가 이긴다.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노씨는 늦은 밤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거의 마지막 순서로 열린 97㎏급 동메달결정전에서 김재강은 완승을 거뒀다. 그가 태극기를 펼쳐들자 노씨가 매트 근처로 달려와 사진을 찍었다. 노씨는 “아빠, 멋있어요”라고 했다. 아들이 둘 있는 노씨는 김재강을 아빠, 김재강은 노씨를 엄마라고 호칭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아빠, 엄마라는 뜻이다.

큰맘 먹고 자카르타까지 날아와 응원하면서, 노씨는 ‘메달’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손을 내밀며 “잘했어요”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노씨는 코칭스태프와도 인사를 나눴다.

김재강은 “아내가 가까이 와서 응원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상대 선수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던 탓이다. 김재강은 “선수촌 생활을 하느라 집에 못 간 지 오래 됐다”며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려울 텐데, 아내는 궂은 말 없이 내 걱정만 해 준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전하고픈 말을 묻자 김재강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잠시 뒤 “아내 덕분에 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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