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검객, 박상영… 남자 에페 결승전서 아쉬운 銀

한국 펜싱의 간판 박상영이 1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 도중 무릎 부상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상대의 칼을 쳐내며 몸을 급히 빼내던 박상영의 오른쪽 무릎이 크게 꺾였다. 다리를 부여잡고 피스트(펜싱 경기장 바닥)에 쓰러졌던 박상영은 이내 일어나 경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이뤄졌던 ‘할 수 있다’의 기적은 또 한 번 찾아오진 않았다.

한국 펜싱의 간판 박상영은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드미트리 알렉사닌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경기 초반 오른쪽 무릎과 허벅지에 통증을 느껴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응급 의료진이 들어오느라 경기가 2차례 중단됐다.

한때 3-9까지 벌어졌던 경기는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상영은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다시 피스트로 돌아왔다. 원을 그리며 상대의 칼을 크게 쳐낸 뒤 몸통 공격을 성공하는 플레이로 조금씩 점수차를 줄여 나갔다. 제자리에서 뜀뛰기를 하다 갑자기 리듬을 바꾸며 펼치는 선제공격도 점차 성공돼 나갔다. 조용하던 관중석에서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응원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8-12로 뒤지던 박상영은 경기 종료까지 22초를 남기고 12-13, 1점차 경기를 만들었다. 상대의 머리를 크게 후려치거나 허벅지에 칼을 찔러넣는 등 다양한 공격이 빛을 발했다. 관중석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이 들렸다. 균형을 잃는 박상영을 안아주며 여유를 부리던 알렉사닌도 막판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투혼은 여기까지였다. 박상영은 12-13에서 연속으로 2실점하며 금메달을 내줬다. 그는 경기 이후에도 한동안 경기장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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