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무역전쟁·터키 위기에… “신흥국 주식시장 약세장 진입”



신흥국 주식시장이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터키발(發) 금융위기 충격의 영향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한국 증시의 추세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현지시간) FTSE 신흥시장지수는 전날보다 2.1% 떨어진 501.16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월 26일의 최고점(625.70)보다 19.7% 하락했다. 장중 하락률은 최고점 대비 20%를 넘어섰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도 이날 1023.43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월 26일 기록한 1273.07과 비교하면 19.6% 떨어졌다. MSCI 신흥시장지수에는 한국 증시도 포함돼 있다. FTSE 지수에서는 선진국 시장에 포함된다.

증시가 통상 전 고점보다 10% 이상 떨어지면 조정장,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으로 평가된다. 곰이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를 취하는 것에 빗대 ‘베어마켓’이라고도 부른다.

신흥국 증시에선 글로벌 무역전쟁 불안감 등으로 자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리라화 가치 급락을 겪고 있는 터키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에서 심각하다.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들은 더 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원자재 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의 3개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4% 하락했다. 지난 1월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구리는 글로벌 경기 예측의 지표가 돼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린다.

한국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코스피지수는 16일 18.11포인트(0.8%) 내린 2240.8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2일(2219.67) 이후 15개월 만의 최저치다. 삼성전자(-1.99%) SK하이닉스(-1.58%)가 하락했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가 반도체시장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인 보고서를 내는 등 악재가 겹쳤다.

아직 수치만으로는 코스피를 약세장으로 보긴 어렵다. 이날 코스피 종가(2240.80)는 직전 최고점인 지난 1월 29일(2598.19)과 비교할 때 약 13.7% 떨어졌다.

그러나 이제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수출지표 둔화 우려 등이 부담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6∼9개월 뒤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향후 반등해도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데드 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튀어 오른다’는 뜻으로 상승동력이 마땅치 않은 증시가 급락한 뒤 일시 반등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터키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리라화 가치는 15일(현지시간)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터키와 미국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